|
나에겐 다시 태어나기를 거듭해도 만날 수없는 하늘같은 어머니가 두 분 계시다. 먼저는 어머니 권사님이다. 내 가슴속 나의 오랜 기억 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꽤 많다. 여러 권의 책을 써도 다 못할 이야기들이다. 점점 쇠하여져 가는 두 분 어머님의 보살핌이 고마워 새삼 가슴 뭉클할 때가 잦다. 난 서대신동 골목시장 출신이다. 그 시절 재래식 시장은 사람 사는 내음새가 짙은 삶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내가 재래식 시장에서 무척 행복해하는 것은 그래서 일 것이다. 30년을 살던 그 시장바닥을 떠났다 이따금 들릴 때마다 듣는 시장 아주머니들의 소리가 있다. ‘너거 엄마 고생 많이 했다. 너거 아버지 별났다.’ 정말 어머니는 별난 아버지 탓에 고생 많이 하셨다. 벗어버릴 수없는 운명 같이 고생을 감내하며 살아오셨다. 내 어린 시절만 해도 빈 깡통 들고 밥 얻어먹으러 다니는 이들이 많았다. 어머니는 그들의 구세주 같은 식당 아줌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 때고 빈 밥통을 거저 보내는 법이 없었다. 언젠가는 어쭙잖은 것을 팔러온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가 그이가 불렀던 값의 두 곱을 주고 격려하는 어머니를 본 친구가(그 친구는 재수생으로 동료들과 함께 밥 먹으러 왔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내게는 한 스승이 있다’ 며 ‘네 엄마다’ 했다. 어머니는 성공한 내 친구의 스승자격이 충분한 삶을 사셨다. 그 어머니가 교회생활을 시작하며 새벽부터 쫓기는 일과에도 얼마나 새벽기도를 열심히 다녔는지 그때는 잘 몰랐던 것이 이제는 더 큰 감동으로 밀려온다. 명절 때마다 정말 하잖은 것을 ‘목사님 갖다 드려라’ 하여 내가 곤혹스러웠던 것도 눈물 없이는 돌랄 수 없는 기억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다 늘어놓을 수가 없다. 그 어머니가 아직 내 곁에 살아 계시는 것이 고맙고 저 어머니 세상 떠나면 누가 내게 용돈 줄까 했던 지난주의 농담도 속이 있는 농담이었다. 내 기억 속 어머니는 내가 용돈 떨어지지 않도록 늘 배려를 했었다. 나는 그 돈으로 따르는 친구들을 사다 먹였다. 이를 깨달은 것은 나이 50도 더 넘어서였다. 다른 한명의 어머니는 장모님 권사님이다. 장모님 어머니도 못 말리는 분이시다. 정말 내가 존경하고 사랑한다. 연세 적지 않음에도 얼마나 경우가 바른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결혼 직후 ‘장모님 곧 권사 될게다’ 한 예측대로 신앙생활을 시작하신지 오래지 않아 중견교회 권사가 되셨다. 어디를 가나 섬기며 베푸는 일에 탁월하신 분이라 주변의 칭송을 달고 다니신다. 서울에서 여러 번 처가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사위의 친구들은 한결같이 성공한 놈들인데 그들에게도 꼭 노자를 챙겨 드렸던 장모님이다. 나와 아내가 나누며 베푸는 일에 주저함이 없고 사심이 없는 것은 우리가 유별나게 착해서라기보다 일찍부터 어머니에게서 보고 배워 몸에 배인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내 가족사를 잘 모르는 친구 목사 왈 ‘야, 이 목사님 어머니 정말 좋으시네’ 했다. 그이가 뭘 보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장모님 출석교회 관리 집사는(그는 나의 첫 사역지 회계집사로 있다, 서울 모 교회의 부름을 받았다.) ‘목사님 장모님 진짜 훌륭합니다’라고 덕담을 했다.
나는 이렇게 나 인생에 무엇으로 다 갚을 수도 없고 얻을 수도 없는 두 분의 어머니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은혜를 입었다. 괜히 내 아이들을 곁눈질 해 보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난 안팎으로 훌륭하고 선하고 경우 바르게 사신 두 분 어머니에게서 이렇게 배웠는데 너희들은 어쩌러나 싶다. 부모가 특이나 어머니가 자식 챙기는 것이야 무엇 그리 대수 일 것 같으랴하지만 갚을 수없는 큰 사랑에 언제나 감사하고 마음이 부자다.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던 전도사요 목사 사위의 자존심을 끝까지 배려해 주셨던 처가의 어른들, 착하기만 한 우리 어머니..... 두 분은 내 인생의 큰 자산이었다.
글. 이동훈 목사 |
|
두 어머니
깡으로 살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