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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생각을 않는 세상이다. 사회 분위기가 생각을 못하도록 유혹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안에서도 별 중요한 일이 있을 하지 않는 것 같은 청년들이 잠시도 머리를 들지 않은 채 핸드폰을 응시한다. 무슨 직책이라도 수행하든지 돈이라도 벌면 모르겠으나 장담컨대 결코 그런 분위기가 아닌 몰두함이 계속된다. 지난겨울은 너무 기온이 낮아 시간이 조금 늦어졌지만 난 평소 대단히 일찍 체육관으로 나선다. 세시경 일어나서는 5시 전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른 시간임에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늘 먼저 와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일찍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대단한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그 대단해보였던 이도 별 수 없었다. 운동하는 태도가 완전 꽝이다. 천금 같이 귀한 정성을 들여 시간을 내었음에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예 들고 런닝머신 위를 뛴다. 안타까운 마음에 살짝 충고라도 해 주고 싶으나 어디 그런 세상인가 말이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을 못하고 살면 어떡하려나 싶어서다.
난 생각이 너무 깊어 병이 되었다고 명의 급의 실력 있는 의사가 지적을 하여 생각에서 벗어나려고도 했지만 그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중 진짜 내가 포기 할 수 없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첫째는 인간의 죄인 됨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이 그리스도인의 기본 이해지만 그게 말 같이 쉽지 않다. 인간이란 죄를 만들어내는 죄나무 개념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서 누구에게서도 기대이상의 기대를 하지 않고 실망도 크게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실망하지 않으려 죄인이다 우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해의 먼저는 죄인이란 것이다. 이 전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인간이란 그냥 죄를 짓는 자라는 것이다. 죄를 지으니 죄가 있고, 죄가 있으니 법적으로(인식을 하든 않든) 죄인이고, 죄의 삯은 사망이니 곧 소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방황하고 좌절했을 때 하나님이 나를 사랑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수 믿으면 구원 얻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천국 간다 했을 때 그 감격이 정말 컸다. 어린 학생이 엄청엄청 울며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둘째는 자유다. 내 의식의 밑바닥에는 근원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깔려 있음을 느낀다. 자유에 대한 이해와 갈망은 현실에서 겪는 구조적인 것 보다 20대 초 대학 초년시절의 독서 때문이 아닌가 한다. 70년대 초 우리사회는 군사독재 정권아래 있었고 학기가 열리자마자 민주화를 요구하는 데모가 일과였다. 신학도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서구의 자유주의와 남미의 해방신학 정치신학이 주류를 이루며 인간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2차 대전 후 세계가 일제히 정치의식의 변화를 시도할 때 독재정권의 전체주의에 저항하면서 자유의 가치를 배웠고 이는 70년대를 살아가는 한 신학도의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나 신학적 종교적 굴레도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보았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부산을 벗어 서울로 향했다. 일반대학에 가서 데모도 하고 술도 먹어보고 음악 연극 영화에 마음껏 마음을 넘겨주었다.
그래서 인간의 개인적 상황과 감정 차이를 무시하는 전체주의나 사회주의 대중주의에 대하여 여전히 비판적이다. 최근의 Me too신드롬도 그렇다. 고통당했을 여성이라는 다른 성을 이해할 기회가 되었다. 먼저 gender(성)에 대하여 꽤 남성성에 기우려진 자신이 또 들킨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보다도 그런 식으로 변명도 상황파악도 이해도 허용되지 않은 채 마녀사냥식 일방적 폭로는 또 다른 자유를 제한하는 것 같아 도저히 동의가 되지 않는다. 내 의식 내 몸 내 삶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내가 건사해 가야 한다. 자유주의의 대 전제다. 자유인 회랍인 조르바에 몰두하였던 때가 24살 신학원 1학년 이후였다. 그의 투박한 자유함이 좋았던 것이다. 그 무렵 수업시간 중 진리가 나를 자유케 한다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순간 놀라 벌떡 일어났다 주저앉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자유에 목말라 하나 너무도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 인생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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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