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와 있는 핸드폰이 알려주는 방식에는 소리 진동 무음이 있다. 그 무음이야기다. 먼저 아예 자수를 할 것이 하나 있다. 꽤 고약한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지 오래지만 좀 채 개선이 안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이자 버릇이지만 실은 별것 아니기도 하다. 난 휴대폰을 거의 무음으로 설정해 둔다. 소리도 진동도 다 거슬려서라기보다 은근히 생활에 부담을 주는 장치로 느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작은 일이지만 꽤 스트레스를 느껴서다. 아주 신사적이지 않은 태도라 생각되어 애써 적으나마 ‘소리’로 옮겨 놓았다가도 어느새 다시 무음이 되어 있다. 그 사이 ‘전화 올 곳도 없는데....’ 라 생각되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옮겨 놓은 것이다. 마침 이 글을 쓰는 방금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1년에 한 번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왠 일이가 하며 짧은 대화를 했다. 우리를 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워낙 조용하고 말이 없는 아내랑 산지 35년이 더 되다 보니 조금만 시끄러워도 힘들어 한다. 적응을 잘 못한다. 이따금 가는 식당, 매일 다니는 체육관, 열차 안 어디 할 것 없다. 길거리 지나가는 길이라면 그나마 낫다. 조금 이라도 머물러 있는 곳이 시끄러우면 영 힘이 든다. 제법 그럴듯한 조용한 곳으로 선교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어떻게나 부산이 부산한지 문화수준의 차를 느낄 정도다. 물론 중국이라든지 인도는 영 아니지만.... 지난주도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 서울역에서 중국 단체관광객 무리와 같이 지하철을 이용했다.(알고 보니 서울역사 내의 한 대형마트가 중국관광객들이 애용하는 귀국 싹쓸이 쇼핑장소 였다.) 교양이 부족할 것 같은 아줌마 아저씨도 아닌 대학생 같은 무리들의 소란함이 대단했다. 남의 나라에서 그 정도니까 자국에서는 어떨지 상상해 볼만하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소란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구는 많고 매너는 세계화가 까마득하고 소득은 많이 나아진 것의 복합물이다. 오죽하면 정부 당국에서 나서서 자제를 당부할 지경에 이르렀을까. 다행히 늘 상 곁에 있는 아내는 거의 무음이다 장인께서 생존해 계실 때 혼자 볼 일이 있어 상경차 처가를 찾아 장인 장모님 두분과 정겹게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얘기 중 나의 어떤 말을 들으시다 두 분의 입에서 순간적으로 동시에 같은 말씀이 나왔다.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그 애는 남의 말 안 하지’ 그렇다. 결혼생활 적잖은 세월동안 남 흉보거나 뒷담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일지 모르겠으나 장담컨대 단 한 번도 남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야말로 완전 무음이다. 그러니 이런 사람과 동거동락하며 살아온 나는 조금만 수다스럽거나 소리통이 크도 굉장히 불편을 느낀다. 서울 숙소인근의 이용하는 체육관에서는 어떻게나 요란하게 대회를 나누는 젊은 부인이 있는지 완전공포 수준이다. 애써 부딪히지 않으려 시간대를 피하지만 마주칠 땐 완전 인간학습시간 이다. ‘화내지 말아야 한다. 내가 참자.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떡하나. 결국 목사인줄 알게 될 텐데’ 온갖 생각을 다하여 마인드 컨트롤로 겨우 시간대를 참아낸다. 열차 안의 안내방송에는 고맙게도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 두시고, 대화는 조용히 곁에 있는 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동행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달라고 안내방송을 하지만 완전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이다. 이웃 잘못 만나면 지옥 같은 몇 시간을 참아야 한다. 조용히 살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세태를 사는 요즘은 어디를 가나 쾅쾅거린다. 하여 가성비 대비 돈이 조금 더 들어도 음식은 차라리 뒷전이고 꼭 조용한 식당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별 말없이 들어주는 조용한 아내는 그런 사람끼리 만난 나의 복이요 은혜 같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는 무음인 이웃이 꽤 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이웃과 가까이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무음은 내가 나를 찾아 나설 수 있는 많지 않은 시간 중 소중한 시간이다.
글. 이동훈 목사 |
|
무음
진실과 허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