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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함께 신앙과 관련된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쌓여 간다. 오늘도 꽤 의미심장한 대화가 있었다. 어떤이 왈 그를 생각하면 아쉬운 면이 참 많다는 얘기를 했다. 맞는 말이다. 오랜 신앙세월이다 보니 속상할 만큼 얼른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적지 않다. 왜 일까? 왜 이 같이 혼란스러운 일이 계속될까?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을 깊이 하면 이해가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아마도 첫째는 빈곤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지식이든 경험이든 역시 정확히 모르고 제대로 이해를 못했고 사안을 바르게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해서 일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의 회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 잘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가 아닌 다른 뜻이 있으니 ‘네 오해를 고쳐라 혹은 생각을 바꿔라’ 라는 뜻이라고 어떤 이가 아주 괜찮은 조금 다른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왠걸 회개라는 말의 원뜻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그 보충된 뜻만 넘치도록 회자한다. 실로 딱해도 많이 딱한 경우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표준 큰사전에는 한 가지 어휘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음을 밝힌다. 초등학생이 필요로 하는 수준이 다르고 중등 고등 대학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단어도 학문의 영역에 따라 또 달라져 심지어 몇 페이지 분량의 다양한 뜻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인생연륜의 쌓임인즉 어휘를 풍성하게 이해하는 과정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어떤 이에게 나도 여러 번 이해의 폭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이해의 옳고 그름의 정확성 못지않게 충분히 많이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식의 진위 말고도 정보의 양이 많은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완곡히 얘기했으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실인즉 어떤 세계든 모른다는 것을 알 정도면 대단한 경지다. 우리 대부분은 지식과 경험에 있어 지극히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경험론자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지 못하였다 하여 불가지론자들이 되어버렸을까.
성경이 우리에게 전하는 정보의 으뜸은 인간은 죄인 이다는 것이고 죄는 인간의 본성 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 그리하여 율법으로는 이룰 수 없는 또 다른 하나님의 의를 공개하고는 이를 예수께서 이루시고 이를 믿는 믿음을 값없이 어떤 공로도 요구하지 않고 의로 여기겠다 하신 것이 복음이다. 복음이라 하지만 더 정확히 실감나게 말하면 기가차고 놀라운 소식 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예수 믿는 믿음은 애당초 강한 저항에 부딪혔고 이단 취급을 받았다. 기존의 논리로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기성 종교지도자들에게서 저항을 받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이 바울의 서신서에 잘 그려져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굉장히 강한 어조로 묻는다. 왜 다시 율법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냐?
결론이다. 왜 이렇게 강한 저항에 부딪혔을까? 인간본성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죄를 확실하게 많이 지었더랬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낫지 않았을까 싶다.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자기 의에 대한 미련이 복음을 복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인간이 전적으로 구원에 대하여 무능하다는 것이 자기변명도 책임에 대한 면죄부도 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기에 수도 없이 많은 때에 절제하며 참으며 살아야 했던 책임이 여전히 유효하다. 또 이들 대부분이 초월하기 어려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와 문명일 수 있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죄라는 것 상당 부분은 본성이고 그 남은 부분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문화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런즉 인간으로 하여금 죄로 죄 되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영역인 가 싶은 생각이 든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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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죄를 더 지었더랬으면
행함이 없는 믿음은 무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