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7.

되풀이 할 수 있는 능력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7.10.24. 23:55:59 글쓴이IP: 121.145.108.216

목사의 최고 관심은 뭐니 뭐니 해도 설교가 으뜸이다.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최고고 장인은 기술이 뛰어나야 함같이 식당은 음식의 맛이 좋아야 하고 목사는 설교를 잘해야 한다. 전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최고선이다.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첩경이다. 실은 목사에게 설교 외에도 높은 지식을 비롯하여 인품이라든지 따뜻한 마음의 심방기술이라든지 구제나 사랑 등 필요한 덕목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목사의 최고 가치는 설교다. 그리고 보니 설교와 관련된 오래된 에피소드 셋이 떠오른다.
하나) 대학 3학년 때 같은 교회에 다니는 두 명의 동급생이 더 있었다. 같은 교회에 동급생의 신학생이 세 명이나 있었단 말이다. 제일 어린 나는 본 교회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목사님이 되기 위해 신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둘째는 같은 반 최고령으로 나보다는 7살이나 많았다. 그는 여러 길을 돌아 왔었다. 또 다른 이는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은 재치가 많은 똑똑한 사람으로 둘은 지방의 명문고 출신이었다. 3학년 2학기 초 어느 날 교회가 전도사를 뽑는다며 셋이 한번 씩 새벽기도회 시간에 짧은 설교를 시켰다. 말하자면 전도사 공개채용 설교 테스트다. 아무리 봐도 난 희망이 별로 없었다. 첫째, 본 교회 출신 청년 아무개를 어느 날 갑자기 전도사님이라 불러 줄 것 같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두 번째론 비슷한 이유로 다른 두 분이 더 원만하고 실력도 갖추었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도 내가 전도사로 결정되었다. 난 그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혼자 생각에 어쩌면 본 교회 출신이라 프리미엄이 붙었나 보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일학교 부장으로 계시는 장로님이 ‘이전도사님, 왜 전도사 된 줄 모르제?’ 하며 ‘당회에서 장로님들 전원이 설교가 제일 나았다 판단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신학원 3학년 때다. 수업 중 ‘설교 연습’이 있었다. 그때 욥기 전체를 주제로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과 신을 찾음에 대해 말씀을 전했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시도였다. 이게 교수들에게 대어드는 것도 따지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상한 설교였다. 점수를 주기 어려운 시도였다 는 것을 그때도 대충 짐작했었다. 결론적으로 졸업을 못하고 보류될 뻔 했다. 최보수신학교에서 자유주의적 해석이다 는 것이었다. 그로 학교가 덜썩덜썩 꽤 진통을 겪었다. 세 번째 역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유명 교회 대학부 지도를 맡게 되었다. 여느 교회와 비슷하게 대학부 지도 외에도 자주 회중설교도 했었다. 어느 주일오후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한 후 담임목사님 곁에서 귀가 하는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유력 집사 한 분이 인사를 하며 ‘강도사님 설교집 내세요. 너무 좋습니다.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 않는가. 지금도 기억난다. 뺨을 한 대 얻어맞고 눈에 불이 번쩍 하는 것 같았다. 바로 내 곁에는 설교 잘 하시기로 소문난 담임목사님이 계시지 않는가. 그때 목이 잘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목사님께서 먼저 사임을 하시므로 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눈치 없는 집사의 사랑으로 하는 말이 강도사 밥줄 끊어 놓을 뻔했다. 잘 하는 설교가 뭘까? 어떻게 해야 좋은 설교일까? 지금도 정확히 답을 모르겠지만 하나는 알 것 같다.
설교는 되풀이 할 수 있는 배짱이 담력이 지식에 대한 확신이 힘이요 원천이다. 설교를 되풀이 하지 못하면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데 새로운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밑천 다 떨어지면 다른 것에 눈이 돌아간다. 어디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올 수 있을까 주위를 헤매게 된다. 설교는 달리 다른 할 말이 없어서도 실력이 부족해서도가 아니라 살아계신 창조주 하나님과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 외 달리 뭐 더할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외는 꽤나 부차적 관심이나 초보는 이를 잘 모르고 길을 헤맨다. 오직 예수가 성경의 주제요. 설교의 주제인 것을 잊고 혹은 앞에 두고 엉뚱 책을 뒤적인다. 내가 그렇다기 보다 보통이 그렇다. 이를 벗어나면 한번 두 번은 힘껏 할 수 있지만 실은 거의 윤리설교요 희망과 위로 잔소리다. 성경의 주제를 상당히 벗어난 것들이다. 그러나 설교는 끊임없이 반복하여 만남의 성격과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예수 소개하기를 되풀이해야 한다. 말을 멋있게 재미나게 하면 좋지만 그도 별로 인 것이 말을 너무 잘하면 말쟁이지 메신저이기 어렵다. 설교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유명한 목사님이라는 분 완전 개그맨이 되고 말았다. 설교자 입장에선 사람 버렸다. 회중들도 마찬가지다. 반복해 들을 실력이 없으면 높은 수준의 교인은 어렵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