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3.

마술(magic) 광고, 선전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7.08.20. 17:02:59 글쓴이IP: 125.134.177.213

어느 한 구석만의 얘기는 아닐 것 같다. 온천지에 미혹, 유혹이 깔렸다. 예로 어쭙잖은 사례를 든다. 꽤 시간이 지난 수년 전이다. 한 외국계 면도기 회사에서 그 잘난 면도기 선전을 거의 매 채널에서 시간마다 온종일 싸댔다. 인생이 미숙해서 그때만 해도 그게 무슨 영문인지 잘 몰랐다. 다만 그렇게 면도기 선전을 계속 보며 그 면도기를 안 살수가 없었다. 잘 생긴 백인남성이 나와 쓱쓱 면도를 해서 깨끗해지는 것을 보며 딱히 안면 수염도 많지 않은 사람이 걱정에 빠졌다. 많이 비싼 것은 아니라지만 장가들어 근검생활이 몸에 밴 아내에게 배운 것이 근검절약이어서 일까 -사실 처가의 장모님이나 아내는 못 말릴 정도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장모님은 그렇게 생활하며 씩 웃기는 하시나 말로 아껴야 산다는 둥 극성이시지만 아내는 아예 본인이 얼마나 자린고비인줄 모른다. 극성을 부리지도 떠들지도 소문도 내지 않는다. 그냥 몸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마누라 자랑하는 말이 아니다. 이로 큰 싸움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이 돌아서면 어느 순간에 불을 꺼버리고 세숫물이며 물이라는 물은 모아 재활용을 한다. 그게 돈 얼마 된다고.....사례를 차마 다 공개할 수가 없다. 굳이 자랑이라면 세월이 많이 지난 이제야 가난한 신학생의 아내로, 작은 교회 목사의 사모로 그렇게 살아준 덕에 큰 불편 모르고 살었던 것을 이제야 감사해 한다. 참 둔한 남편이다- 도저히 쉽게 사지를 못했다. -실은 나는 마음에 드는 것은 꼭 가지고 싶어 하는 유형이다. 비싼 것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한평생 멋쟁이로 살다 가신 아버지 DNA가 남아서 일게다- 아무튼 안사면 남자가 안 되는 것처럼 광고를 해 대니 그걸 이기기가 보통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십년쯤 지났는지 아님 더 지났는지 최근 몇 년 전부터 또 면도기 선전이 하루 종일 채널마다 나온다. 예의 그 외국계 유명 회사다. 아뿔싸 이건 또 뭐냐? 그 언젠가 자사 제품을 그렇게 선전 했잖아. 그런데 또 무슨 면도기 선전을 이렇게 하지? 그러면 그 옛날 것은 어쩌란 말인가? 생각이 복잡 했으나 화면은 이 내 복잡한 심정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새로운 면도기 선전을 시간마다 내고 있었다. 볼이 어떻고 뭣이 어떻다나? 아니 면도기가 면도기지 별나면 얼마나 별스러우려고..... 면도기 회사 못지않게 나도 죽으라 눈감고 참았다. 그 사이 몇 개국을 다녀 거기 쇼핑몰에서도 예의 제품이 보여-선전의 세계화다!- 환율까지도 고려하여 계산 해보았으나 또 참고 참았다. 그러나 내 좋아하는 어느 나라에 선교차 나가 너무 오래 체류해서 일까 결국 거기에서 문제의 면도기를 사고 말았다.
[사용 후기: 묵직한 것이 느낌이 좋고 면도의 질도 좋았다. 그러나 면도기가 면도기지 얼굴의 털 깎는 것 말고 더 있을까]
사실 살아오며 여자들의 생리를 참 불편 하겠다 싶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남자들과 비교가 안 된다. 남자들은 생활에 별 불편이 없는 짓을 매일한다. 안 해도 누가 뭐라 안 하지만 하는 것이 순리다. 꼭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냥 몸에 밴 습관이다. 교훈1: 그리고 보니 홈쇼핑이 소비벽이 있는 여인네들 아가씨들 청소년들 골병들게 하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남들만큼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주야로 TV만 틀면 옷이랑 먹거리랑 멋진 가구랑 말로 다 할 수 없도록 디럭시한 냉장고며 그 유혹을 어찌 다 참을 수 있을까. 보통 일이 아니다. 결국 내가 그 면도기 두 번이나 속은 것처럼 사대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교훈2: 전도를 만일 그렇게 하면 얼마나 큰 효과가 낼 수 있을까. 시도 때도 없이 교회를 자랑하고 목사님을 자랑하고 성도들을 자랑하며 예수를 소개하고 복음을 전하면 저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돌아올까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교회개척 시절 전도와 양육을 제대로 하는 청년이 있었다. 친구 몇 사람이나 충성된 동료 집사로 만들고 사모도 만들었던 이다. 어느 날 설교 중 그를 불러 세워 전도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뭐라고 얘기 했을 것 같은가? 그 청년은 교회 나와 보지도 않은 직장동료가 우리 교회 사정을 환히 알 정도로 교회 자랑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심지어 누구 집사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만 보고 짐작할 정도로...... 그런데 수십 년 적을 두고 섬겼던 교회를 입에 거품이 나도록 욕하고 있으니 주가 뭐라 하실까? 너 수고했다 며 옳다 하실까? 의롭다 하실까? 과연 그럴까? 무척 어려울 것 같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