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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한 가까운 친척 아우는 50이 채 되기도 전 40대 중반이후 소리 없이 퇴직을 하곤 한동안 실직 상태에 있었다. 말이라서 하는 말이지 어찌 소리 없이 였을까? 어릴 적부터 공부 잘한다고 칭찬만 듣다 유명대학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입사하였으니 이제 한시름 놓았다 싶었겠으나 세상은 그를 그리 편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 시달렸으며 얼마나 이기려 애섰을까 a마는 가까운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는 누구랑 의논 한번 하지 않고 어느 날부터 무료한 시간을 보내었던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이것저것 한다는 얘기가 몇 번 들렸으나 늘 신통치 않았다. 차라리 제법 많은 세월을 흘러 보내고 난 최근에야 그의 경력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어 경력도 살리고 해외 출장도 가고 돈도 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생에 보람되고 넉넉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녹녹치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난 정말 멍청한 사람이다. 내 삶의 미래에 대하여 특별히 어떻게 뭘 먹고 사느냐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 내심 자신의 알량한 실력을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40대 후반 무렵 음악을 전공하는 아이를 마음껏 도와줄 여건이 내게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꽤 좌절했었다. 다행이었을까 아이가 전공을 바꿔 어렵다는 교사임용고시를 패스하고 나는 다시 내 삶의 미래 걱정을 고스란히 잊어 버렸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내가 정신없이 빠졌으며 좋아했던 신학이, 목회가 나를 먹여 살려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내가 즐거이 공부했던 신학이, 죽을힘을 다해 투신했던 나의 교회생활이 밥벌이 가 되어있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무려 50이 넘어서야 그게 나와 내 가정을 먹여 살렸다는 것을 알았으니 나란 사람이 미련해도 보통 미련한 사람이 아니었던 셈이다. 생각조차 안 해보았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 은근히 영문도 모르고 따라온 가족에게 미안했다.
다시 최근 일이다. 그사이 몇 번 좋은 조건으로 서울생활을 제의 받았다 어느 때는 목사로, 어느 때는 교수로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름의 이유로 완곡히 거절했었다. 주위에 꽤 알려진 일이다. 공식 비공식적 자리에서 언급도 했던 숨겨진 얘기도 아니다. 그러던 내가 다시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나를 찾았던 그분이 화려하도록 잘나가던 시설 그때는 애써 사양했던 내가 뒤늦게 나이 60중반에 그분이 80생애의 벼랑 끝 절망의 나락에 빠져있을 때에 나는 그의 부름에 그분 곁에 있기로 작정한 것이다. 먼저 가족들의 걱정이 깊었다. 해명이 필요했다. 그를 몰아세우는 이들의 신학적 성경적 이해가 틀렸거나 너무 유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 사람이 다 떠나갈 때에 나라도 그의 곁에서 그를 지키는 것이 옳다 생각했다. 내가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기존 기독교신학의 이해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엉터리 나이롱 종교적이고 윤리적이고 도덕적 설교에 익숙한 유사 사이비 목사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 그는 내게 영적 은사요 아버지다. 사실이 그런 것이 나는 그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꽤 여러 번 편지를 쓰면서 언제나 ‘문하생 아무개 목사’란 표현을 사용했다. 더욱 그런 그가 세월에 밀려 병약해졌을 뿐 아니라 큰 어려움에 빠졌다. 그게 누구의 소행인가는 둘째 문제다. 평생 일구었던 모든 명예와 위업이 한순간에 넘어질 정도의 심각한 위기다. 그에 곁에 있던 수많은 실세 참모들도 다 빠져나갔다. 턱도 없이 내가 부름을 받았고 나는 거부할 어떤 명분도 찾지 못했다. 무조건 그를 지켜드려야 한다 생각했다. 최종결과는 상관없다. 나는 그의 곁에 가야한다 생각했다. 병이 많은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까. 그분에게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시늉만으로 끝날지라도 주위의 그 어떤 평가에도 상관없이 가족들만의 이해를 얻어 나는 꽤 고독한 결정을 했다. 그리고도 숨어있으나 숨어 있을 수만 없는 중요한 배경이 있다. 나는 그가 발견한 성경의 이치가 최고라 진정한 진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떻게 그와 함께 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예수. 예수 이단이라 불리었다. 루터와 그의 동료들 역시 적그리스도이거나 화형을 받을 자 정도로 정죄를 받았다. 심란한 이야기이나 견딜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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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노노케어(老老Care:노인이 노인을 돌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