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9.

엉뚱한 고생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7.05.28. 21:16:08 글쓴이IP: 125.134.171.230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두 주간의 스리랑카 사역을 끝내고 다시 인도로 들어가기 위해 수도 콜롬보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직원이 ‘비자가 어디 있느냐’ 했다. 서둘러 인도 비자를 보여 주었더니 이건 못 써는 것이라는 것이다. 순간 거기 분명히 single(단수) 이란 단어를 보았다. 인도에 한번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사이 수십 개국을 다니면서 여러 차례 비자를 받아보았으나 한 번도 제대로 single 이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뜻을 아예 모르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보니 금번 인도 방문을 위해 우편으로 비자를 받았을 때 single 이라고 적혀있어 왜 single?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살아났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 아님 환상인지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로 교류가 많아 비자 없이 다니잖아 라고 엉터리 생각을 했던 기억도 사실인지 아닌지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차례 일본을 다녔지만, 그때마도 단체관광 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비자가 필요하지 않았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 ‘인도와 스리랑카는 말도 같고-실은 인도의 타밀라도주의 타밀어를 사용하는 10%정도의 스리랑카인이 있어 지극히 예민한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비자가 필요 없어! 라고 혼자 완전 엉뚱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 엉뚱한 생각이 어디서부터 시작 되었는지 생각이 없다.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몇 번의 인도 국내 항공과 장거리 기차며 고속버스예매가 줄줄이 걸려 있는데...이를 다 어쩌나? 인도행을 포기하고 한국에 바로 들어가든지 서둘러 결정해야 했다. 문제는 예매는 좀 손해를 보더라도 캘커타에 남겨둔 짐은 또 어떻게 하나? 결국 인도행 비자신청을 결정하고 스리랑카에서 인도대사관을 들러 발급신청을 하니 족히 열흘은 걸린다 했다. 앞이 캄캄했다. 그 사이 어디에서 뭘 하며 지내나, 여긴 인도와 달리 영어도 안 되는 곳인데....급하게 한국의 총무집사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 알아보았더니 차라리 한국에서 전자비자라는 것이 있어 별 어려움 없이 하루 만에 나온다는 것이다. 완전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인도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비자는 카톡을 통해 그렇게 받아 겨우겨우 정말 겨우(스리랑카의 제법 대형교회 목사님 PC를 이용 했어 출력을 하는데 거의 반나절은 걸렸다.) 한국에서의 수월한 인터넷환경이 간절한 하루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도에서 사용할 항공권과 기차예매를 포기하고 귀국에 필요한 인도의 국내 항공권과 귀국 항공권을 출력해야 하는데 뻔히 핸드폰에 담겨있는 항공권을 출력하는데 주(州)를 바꿔가며 꼬박 사흘이 걸렸다.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 설명이 신통치 않았다. 항공권이다 보니 보안사항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불편은 핸드폰의 유심도 마찬가지. 가는 곳마다 유심을 달리 하니 아예 핸드폰 사용을 포기할까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러나 다녀본 이들은 짐작 하겠지만 현대인의 생활이 핸드폰과 인터넷 사용 없이 얼마나 불편하고 무료한가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그러니 얼마 전만해도 보통의 여행객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곳에 이르면 인터넷무료전화며 검색 편지며 문자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욱 제대로 영어를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과 서툰 영어를 하는 한국인의 소통은 가관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경험이다.
우리 땅에 단신으로 찾아왔던 선교사님들에 대한 고마움이 절로 밀려 올라왔다. 어림잡아 본인들의 문화수준에 비해 40년 50년은 족히 뒤떨어진 생활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얼마나 수고 했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서울 마포의 양화진에는 이 땅에서 복음을 전하다 먼저 간 그들 선교사님들과 가족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있다. 그들의 그 수고에 의해 오늘날 이렇게 복음이 왕성하게 퍼져나갔다. 그러니 다시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할지라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다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한결같다. 매일 같이 어떡하면 그들을 도와줄 길이 없을까 궁리한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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