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인도선교단신2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7.02.27. 19:13:54 글쓴이IP: 125.134.190.111

5. 마더 테레사 하우스
우린 65세부터 노인에 해당된다. 세계보건기구도 65세를 기준으로 7%에 달하면 고령화 사회 곧 14%가 되면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다. 여긴 더 알아보아야겠지만 내가 시니어 취급을 받아 기차 삯을 할인 받았다. 조금 전 마더하우스에서 봉사를 허락 받았다. 각국 봉사자들이 수십 명 모여 설명을 들었다. 숙식을 비롯하여 모든 비용은 자부담이다. 한국에서 못해 보던 좋은 경험이 되리라 기대한다. 일본과 중국의 젊은이들이 많고 서양인도 제법 보인다. 한국인은 오늘 혼자다.
여기 또 다른 땅 끝이 있다. 30년 전쯤 서울시절 한 학생의 아버지 심방을 요청받아 서울대학병원 중환자실을 가본 적이 있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거긴 고통과 인간모멸만이 남아 있는 땅 끝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대부분의 환자들이 거의 완전 노출되어 있었다. 어렵게 한 환자 쪽으로 눈을 돌리니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 여자 분이었다. 당연 나는 그가 무슨 병으로 얼마나 위경한지 모른다. 그러나 그 환자는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끄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 한 마디로 간호사들의 능숙한 솜씨로 푸줏간 고기 다루듯 다루어졌다. 절대 간호사들을 폄하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거의 외마디 같이 '주님 이건 아닙니다‘ 했다 서울대학병원 중환자실이 보여주는 인간의 진실 참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원봉사 첫날 자연스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테레사 수녀 봉사 단체는 전 세계 200곳 가까이 된다. 여기 캘커타의 깔리갓 사원 옆이 원조다. 군에 있을 때 외박을 나와선 어떤 기자가 쓴 그해 노벨 평화상을 탄 테레사 수녀 전기를 사다 읽으며 '올해는 평화상이 제대로 돌아갔구나' 하고 감동을 받았던 그 책이 소개하는 곳이 여기다. 수녀는 길거리의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었다. 다만 그 외롭게 비참하게까지 한 길거리의 노숙 무의탁 죽어가는 사람에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매일 옷을 갈아입히고 점심식사도 제대로 공급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병자 중증치매자 다리가 아예 없거나 잘려나간 이도 여럿이었다. 8시부터 족히 20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코스별로 분업화되어 먼저 전날의 환의 빨래를 한다. 허리 펼 기회조차 없이 기계적으로 돌아가고 세제랑 오염물이 입가에 튀기도 했다. 그리곤 바로 약을 먹이고 다시 간식과 물 먹는 시간 또 다시 점심식사와 흘린 음식물로 더럽혀진 바닥 대청소가 오전 일과다. 나보다 더 나이 지긋한 분도 보였다. 정성껏 인도식으로 손으로 비벼가며 입에 넣어 드린다. 한국에서 봉사를 하려하면 그렇게도 시키지도 않던 일을 멀리 와서 했다.
깔리갓 사원은 새까만 신을 섬기는 사원이다. 세상의 모든 죄를 다 뒤집어썼다나..이방인 목사인 내가 보니 인도의 신들 중 유명한 원숭이 신이었다. 그 사원 주변은 언제나 무수한 인파로 가득하고 그 사이 사이에는 나이 든 걸인 젊은 걸인 나 홀로 걸인 가족걸인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별로 없는 희한한 동네다. 그 한쪽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샘이다. 특이하게도 거기는 대부분 중환자들 임에도 휠체어가 없었다. 환자 처치를 위해 이동이 필요한데 의자를 끄느라 식은땀이 났다. 더욱 사흘째 인도의 그 악명 높은 물에 걸려들어 심한 설사로 부득불 굶은 탓에 더 힘을 낼 수가 없었다. 왜 휠체어가 없나 했더니 가톨릭교회답게 돌아오는 답이 봉사를 육체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누군가 귀뜸해주었다. 그동안 나를 포함하여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못 이겼으며 구체적 사랑과 봉사 헌신보다 말이 앞섰던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멀리 와서 하는 봉사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언제나 나 영혼에 맑은 소리가 들리려나 싶다.
6. 도시의 빈민가
문제는 인구다. 현재 13억 정도로 국가가 먹여 살릴 능력을 넘어섰다. 일자리를 찾아 빈민들이 도시로 밀려들어 주거 식량 위생은 최악 수준이고 인간다움은 고려대상도 되어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 해결할 수가 없단다. 선교사님과 같이 예의 빈민 사역지를 찾았다. 도시 고가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슬럼가다. 역시 어린이들은 순박하다. 낮선 이방인을 보고 관심을 보인다. 무섭지 않은지 내 다친 정강이 상처를 보고 '할아버지 피나요' 하는 것 같이 관심을 보여 나도 아는 체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형편없이 초라한 젊은 엄마는 무슨 말도 않고 멀뚱 쳐다만 본다.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조절하며 ‘여긴 어린이 선교가 딱이네. 아이들 많이 몰려오겠다’ 했더니 선교사님 왈 처음에는 의욕도 가져봤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다. 예수께 미친, 구령사업에 일생을 던진 어떤 이가 나타나야 시작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시아 선교의 시조 윌리암 케리가 여기서 사역을 시작해 지금은 유명 대학을 보유한 선교회가 되었다. 케리 선교 사역 역사에 나오는 말도 비슷하다. 선교사의 영웅적 미담배후에 언제나 따라오는 헌신된 선교후원자와 조직 헌신된 스탭들이 확보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 역시 간단하지 않다. 한국산이라 하면 너무 좋아한 나머지 못 받은 사람 받은 사람이 다투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단다. 여기 보다 더 열악한 지역이 철도가 인데 거긴 폐비닐 집에 가깝다 했다. 오는 길에 눈은 차창 밖을 향해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가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