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3.

인도선교단신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7.02.21. 20:21:16 글쓴이IP: 125.134.190.111

1. 골라 골라
어제 주일은 여기 한인교회를 가지 않고 종합병원과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큰 교회를 찾아 예배를 봤다. 세 번의 영어예배가 있었다. 8시 클래식 예배.. 내가 참석한 예배는 contemporary(현대적 감각 정도)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fusion(혼합)예배가 있었다. 큰 교회의 장점을 너무도 잘 살린 형태라 생각을 했다. 공연히 남의 스타일을 이단 삼단 비난하지 말고 자기 취향에 맞는 시간을 찾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일찍 와서 두 번 연거푸 참석한 차이라곤 몸을 약간 흔드는 것이 전부였고 설교내용도 훌륭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 왜 인도사람을 앉혔는지 이해가 된다.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사회인 인도계가 두각을 드러낸다 하겠다.
2. 잔존하는 카스트 제도
인도는 4000년 가까운 카스트제도가 소리 없이 배후에 깔려있는 나라이다. 어제 그 리얼한 장면을 두 번 연거푸 보았다. 택시를 타고 다녀라 는 선교사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길을 묻고 물어 엄청 걸었다. 선교사님 식구들이 눈이 휘둥거려졌다. 제일 싼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웃에 남루한 이들이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나만큼한 중년신사가 타니 남루하게 보이던 이들이 잠시 좌불안석 그리곤 그 중년 노인이 아주 건방지게 그리고 당당히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니 영락없이 고양이 앞에 쥐같이 순식간에 자리를 비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던 그는 접촉을 거부당한 불가촉천민이었다. 같이 가던 다른 이도 조금 있다 다시 같은 꼴을 당했다. 장유유서도 아니고 경로사상이라든지 장애우 배려 그런 것도 아니었다. 여긴 사람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이 있었다. 악착 같이 막노동이나 좌판이라도 해서 가난과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야 하는데 출발 자체가 너무 차이나 극복이 어렵다 했다. 예수 믿으면 침례등록 해야 하고 그나마의 평등혜택에서 제외된다 했다. 희한한 세상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인도다.
3. 경적과 소음 먼지 무질서
인도는 현재 13억 명으로 산아제한정책이 없어 멀지 않아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처럼 진짜 사람 많다. 시외버스나 기차역 칙칙한 지하철 어딜 가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인산인해다. 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그래서 헤쳐 나오기가 어렵다. 2015년 방문 때도 끊임없이 공부해라 열심히 살아야 한다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떻게든 옛날 우리 어머니들 아버지들은 행상을 하고 막노동을 해서라도 공부시켰고 그렇게 입지전적 인물들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선 그게 어렵단다.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너무 없고 주려 발육도 형편없다. 물론 어려운 계층의 이야기다. 내가 신통찮은 영어로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유지 하는 데는 한 사건이 있었다. 선교사라는 사람이 현지인 사역자들을 종 취급 하게 하는 것에 질려서다. 거기서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 날 큰 용기를 내어 현지인 전도사에게 수고했다며 큰돈도 아닌 달러를 쥐어주었다. 그런데 웬걸 예의 선교사가 바꿀 줄도 모를 텐데 하고 싹 뺏었다. 어쩌자고..? 그 후 나는 그와 연락하지 않는다. 지금도 같은 기조다. 인간을 그대로 사랑하고 섬기지 않는 선교는 사기요 착취고 식민사관이다. 언제나 까다로와 내 가는 길이 험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넘 시끄러워 큰 교회 마당에 앉아 이들을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실 것을 기도한다. 소음과 먼지에 언제쯤 적응할까.
4. 싼 게 사람 잡는다.
불결 비위생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 인도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래식 시장을 몇 바퀴 돌았다. 결국 찾던 곳을 포기하고 고객 몇 사람으로 북적이는 작은 점포에 들어섰다. 의식의 작은 한구석에는 내 엄마도 이런 정도의 수준에서 나를 키웠다 생각하며... 치킨 앤 라이스 옆에서 들리는 소리대로 나도 같은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치킨이라고 나온 것이 영 별로다. 치킨이 흠뻑 잠기도록 까지는 좋았는데 포크도 없이 손으로 잡으니 싸늘하다. 큰맘 먹고 한입 물었더니 이제는 피까지 보인다. 야, 이걸 먹어도 될까 하다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상함을 받지 아니하며"가 떠올라 그야말로 억지로 억지로 먹었다. 저녁 돌아와 미혹에 걸렸을까 아무래도 미심쩍어 가져온 정노환을 먹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만 해도 무탈하여 넘어가는 줄 알았다. 밤새 세칭 오트바이를 탔다. 완전 녹초다. 내가 미혹에 빠졌을까 도저히 내 장의 상태로는 무사할 수 없는 수준의 음식 이었을까. 저들은 그보다 더 험한 길거리 음식을 잘도 먹는다. 내 면역을 나무랄지 믿음 없음을 나무랄지 헷갈린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