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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은 어지간히 안다. 물론 이름자마저 모르는 이들도 숱하겠고 그 까짓 이름 몰라도 상관없는 일이다. 나의 경우 그가 서양 철학의 시조라 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것을 ‘네 자신을 알라’ 는 그의 명언에서 찾는다. 오늘 소개하는 말은 그가 남긴 또 다른 명언 ‘악법도 법이다’ 다. 기가 찬 통찰력이라 아니할 수 없고 당시 아테네의 길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던가를 짐작케 한다. 그때가 언제인데 벌써 법의 지배를 언급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금번 대통령 탄핵건만 해도 그게 그렇게 거창한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만 해도 알 수 있다. 출마의 변을 통해 내가 반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내세울 수 있고 주장할 수도 있고 친구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 나쁜 경우라면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매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절차의 정당성을 벗어난 위법이다. 말하자면 당선이 되어도 탄핵대상이다. 아무튼 초딩 반장선거도 반원들의 정당한 선택을 받아야 한다. 법적 절차를 따라 정당한 선택을 받아야 정당한 반장이 될 수 있다. 반장이 되고도 반장다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법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천지에 늘렸다. 예수께서도 어리석은 다수에 의해 처형을 받으셨다. 법과 법의 지배가 지고지선한 것은 아니다. 우리 헌정사만 해도 부도덕한 정권에 의해 왜곡된 판정을 받고 곧 바로 형장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오랜 세월 본인과 가족들이 고통을 겪기도 했다. 시국사건이나 공안사건 중에 많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에도 흔적마저 희미해진 뒤에 재심이 성사되어 재판 결과가 뒤집어진 일이 많이 있었다. 마침 어제도 18년 만에 미국으로 달아난 용의자가 진범으로 밝혀져 중형을 받았고, 얼마 전에도 유명한 살인사건의 재심청구가 받아져 억울한 사건의 범인이 새로 밝혀졌다.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없어야 할 일들이 꽤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이 법을 아주 우습게 아는 것이 금번 탄핵사건의 핵심이다. 군사독재시절 장군의 딸, 장기 독재자의 딸로 초법 탈법 범법을 우습게 알았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본인은 여전히 전혀 다른 말을 한다. 상식적으로 정신이상 수준이다. 그게 뭐 잘못되었느냐는 것이다. 이렇게도 준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앉혀 놓았던 것이 유죄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어겨 위헌 대상이 된 것은 형사상의 문제와는 다르다. 그건 민간신분이 되고 난 후에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대통령이 헌법정신을 따라 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심판의 기준이다. 헌법정신을 따라 법을 법대로 집행 하겠다고 선서를 한 대통령이 탈법 위법 비선에 너무도 익숙하고 아예 초법적 사실들에 저려있는 것에 국민 대다수는 무슨 저런 소양의 사람이 하고 아연실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세상의 법은 절대선이 아니다. 너무도 많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법은 다른 생각과 환경과 문화와 삶의 양식대로 살아가는 인간세상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 만든 차선의 길이다. 법이 없는 세상은 인간 본연의 탐욕과 시기와 이기심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지배와 착취논리만이 있는 무법천지다. 그 사회는 제대로 유지 될 수 없다. 재판부마저 그렇다. 아무리 심정적으로 국민감정이 어쩌구 할지라도 최대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 국민정서니 하는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기보다 제한된 범위라도 법체제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법이다.
난 교회에서 민주주의를 배웠다. 중학생 이었지만 매월 월례회를 통해 보고를 하고 투표를 하고 회원들의 생각을 물었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교회가 탈법의 온상인 것을 보았다. 평생 복음의 맞은편 율법이라는 세계가 어떠한가를 아는 교회만큼 법에 대하여 더 민감해야 했음에도 율법에 무지하고 은혜를 빙자하여 탈법과 위법이 천사의 탈을 하고 행세하는 곳이 교회다. 초대형교회들이 그 온상의 주범이다. 법을 빙자한 양태들도 숱하여 한국 교회를 투명하게 못한 근본원인이 된 것 같다. 법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약속이고 규칙이다. 룰이 없는 특정 경기를 상상할 수 없듯이 법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더 존속할 수 없다. 엉터리 지도자들이 종종 좌우를 언급한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좌도 우도 국민이 선택하면 그 길을 가 볼 수 있다. 북한과의 대립으로 똥이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좌하여 아주 잘사는 나라도 있고 너무 우하여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도 있다. 법에 대한 존중감과 다수결이야말로 부득이한 세상을 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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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교훈
진실과 허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