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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스스로 계시다.’ 그러나 하나님이 스스로 계시다 함은 그리 녹녹한 개념이 아니다. 끝없이 그 상념이 펼쳐지는 엄청난 말씀이다. 그래, 하나님이 스스로 계시다 하더라도 그 하나님은 왜 스스로 계실까? 어제 새벽 순간에 일어나 사소한 일로 헤아릴 수 없도록 깊은 개똥철학에 빠져들었다.
새벽기도를 하러 나오신 어머니가 부시럭 거리며 내 자리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노령연금 몇 푼 찾는 것 같더니 또 아들에게 한 푼 주시려나 보다는 생각이 스쳤다. 예상대로 겸연쩍게 -한 번씩 그 봉투 때문에 내가 크게 화를 내었던 적이 있어서다. 내 걱정하지 말고 당신 쓰시라며....- 봉투를 건네주신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면서 다시 어제 추석 상차리라고 며느리에게 얼마 줬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아니 노령연금이 수십만 수백만 원도 아닌데 다 줘 버리고 당신은 뭘로 헌금하고 지내게 하는 생각이 났다. 모두 순식간에 번개같이 지나간 생각이다. 그러나 다시 ‘내가 이 봉투를 거절하면 엄마는 무슨 재미로 살까’ 싶어 그냥 받아들고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실은 꼭두새벽인 지금의 몇 시간 전 어제 밤에 모처럼 공돈이 생겨 아들에게 그 돈을 다주었었다. 이 무슨 짓인가! 할머니는 그 연세에도 환갑이 넘은 목회자 아들에게, 아들인 아이의 아비는 또 그 아들에게.... 여기까지만 해도 덧칠을 하기에 따라서는 많은 얘기를 담을 수 있는 감동스토리가 된다. 그런데 그 이상이었다. 아비는 그 아들에게 어머니는 또 당신의 그 아들에게 그러면 하나님은?????
하나님도 그 아들에게 더 나아가 인생까지 하나님도 그 큰 사랑으로 사랑 하신다 정도라면 보통 하는 소리다. 그런데 그 날은 그 이상의 감동이 소름이 끼치도록 밀려왔다. 아예 하나님의 존재의 명분이 목적이 근거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소위 지극히 인본주의적이고 불경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잖아도 출가한 딸 수발하느라 당신은 지쳐 죽겠다 는 즐거운(?) 비명을 자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들을 좇아다니는 아기 엄마 당신은 폼이 있던 없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기를 짊어매고 다니는 젊은 아빠들.... 사례는 끝이 없이 밀려왔다. 반면 우리는 가뭄에 단비 오듯 가끔 부모를 돌아보면서도 얼마나 생색내고 심지어 아까워하고 잔소리하고 간섭하는가. 그러나 우리네 부모님들은 그리고 못난 나 아비조차도 생색은커녕 아예 자식을 위하여 존재하고 살아 숨 쉬고 번민하고 노력하고 있지 않는가. 전혀 힘들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예 뭔가를 주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존재의 당연한 대전제 인양 그렇게 산다.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주를 위해(?) 산다는 힘겨운 모습 그대로가 부끄럽게도 위험천만한 착각임을 보여준다.
일찍부터 구원론 중심의 인본주의에 반대하는 신본주의에 감탄하면서도 신본주의의 위험을 경고하였던 나다. 인간의 탈을 쓰지 않은 신본주의는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심성을 잘 파악하고 일정한 부분 인간을 윤택하게 하였지만 오늘날 그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한 것과도 거의 같다. 수정 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 조합주의 제3의 길 등으로 자본주의의 사악함과 폐해 약점을 보완하려는 사회정치체제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본주의는 하나님 중심 이라는 명분 좋고 그럴싸한 논리이지만 인간의 탈을 쓰지 않은 신본주의는 탐욕과 욕망에 오염될 위험이 너무 크다. 인간은 그리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어머니의 그 끝없는 사랑 부족한 아비 임에도 대가 없이 주고 싶은 사랑 그 어머니의 지친 수고가 다 하나님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하나님을 그렇게 보는 것을 인본주의라 하여 매도 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신본주의의 가면 속에 숨은 허위를 직시함이 더 정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최근 부양을 약속하고(계약서까지 있다.) 상속한 어떤 아버지가 딸을 향해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한 기사를 보았다.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역시나 심각하게 부족한 부성(父性)이요 못된 딸이라는 점에서는 둘 다 못났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존재의 깊이에 오히려 압도당하는 인본주의자가 더 옳아 보인다. 인간의 약함을 직시하며 하나님을 바라는 것이 더 정직해 보인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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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를 위한 변호
두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