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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가 신용카드사용이 생활 속에 들어오면서 처음에는 꽤나 낮설었던 용어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웬만한 할머니 할아버지 외에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안다. “유효기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먼저는 주로 식품에 쓰였다. 가공된 식품을 일상에서 먹을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 말이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유효기간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최근에는 그 유효기간마저 초월하여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그 상권도 꽤 활발하다지만 유효기간의 중요성에 과민한 사람들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유효기간’에 더 방점을 두는 것이다. 혹 배가 아프거나 어디 탈이라도 나면 먼저 먹었던 것의 유효기간을 확인하려든다.
그리고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것에 여권이 있다. 해외여행이 일부 부유층의 향유물에서 풀린 지 오래 되었다. 시간이 많이 자유로워지고 경제적 여력이 생긴 이후의 현상이다. 10년 장기 여권이 나오면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지만 해외여행을 하면서 여권의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것은 제일 순위이다. 미처 확인하지 않았다가 날짜가 임박하여 큰 곤란에 처하게 된 경우를 주위에서 몇 번 보았다. 내 서랍 속에는 유효기간이 지나 버릴 듯 버릴 듯하지만 버리지 않고 있는 여권이 몇권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안 버리고 가지고는 있으나 의미 없는 일이다.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었다 는 낙인이 찍힌 여권은 이미 여권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있으나 실상 없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유효기간의 사례는 더 가깝게 있다. 주민등록증 초본이니 등본이니 하는 하잖는 것도 사용 유효기간이 있어 상태가 멀쩡하고 내용이 바뀐 것도 없지만 유효기간을 경과한 어떤 증명서도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다. 쓸모없는 것이다. 사정도 하고 이해를 구하지만 법적 효력을 잃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세상에는 이와 같은 일들이 많이 있다. 역시 가장 실감 있게 느끼는 것은 신용카드다. 그것은 수시로 쓰인다. 그것의 효력은 유효기간의 월과 연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해줘야 한다. 거의 모든 운동경기가 마찬가지다. 형태만 조금 다를 뿐 유효거리 유효구간 유효규정이 없는 종목이 없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려야 한다. 소위 완주해야 한다. finish line을 통과해야 유효하다. 극한의 과정을 달려왔으나 목전에서 지쳐 쓰러져도 중도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지을 수 없다.
교인들은 신앙생활의 진짜 어려움을 잘 모르는 듯하다. 새벽기도생활이 어렵지 않나 하나 그것은 행복하기 그지없는 시간이고 헌금이 어렵다는 것은 완전 초짜 교인이다. 제일 쉬운 것이 헌금생활이다. 어느 날 십일조를 드리고 헌금생활을 작정하고 나면 그것은 이미 내 삶속에 고려된 것, 수입에서 제외된 것이어서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더 내고 싶어 안달이 난 그리스도인을 수도 없이 보았다. 마치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앙생활의 진짜 제일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니다.
유효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지난 날 목사의 이런 지적에 감탄하는 교인들을 많이 보았다. 아마도 그 유효기간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는 이들을 많이 본탓이 아닌가 싶다. 영원히 충성스럽고 변함없을 것 같이 했으나 갖가지 핑계로 맛있는 음식이 변하듯 변질 되었다. 참고로 육고기의 변질은 정말 흉하다. 시체가 그렇지 싶다. 유효기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실격이 되었다. 흉하고 가치없는 일이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난 오랜 기간 세월이라는 연단을 감당해온 한국교회의 위대한 헌신자들을 많이 보았다. 50년 더 전 내가 교회라고 찾아 갔을 때 젊은 장로이셨던 분과 최근에도 전화를 하며 옛정을 나누었다. 언제나 교회의 기둥이셨다. 오. 주여! 저도 받은 은혜에 배반하지 않고 살다 가게 하소서. 주께도 그러하거니와 더욱 사람에게도 그러하게 하소서. 끝까지 욕을 얻어 먹어도 변하지 않게 하소서.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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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에 대한 묵상
두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