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4.

썩은 우리의 군상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6.06.05. 17:46:32 글쓴이IP: 112.162.106.29

정말 형편없는 실력과 수준의 사람인지라 굳이 욕얻어 먹을 실언을 하는 것은 아닐 게다. 난 은혜로 받은 한 달란트의 삶도 살지 못한 것 같아 늘 초조하고 시간에 쫓긴다. 주께서 내 삶을 헛되게 아니 하시기만을 바라지만 나도 하나님의 긍휼을 입으려 힘을 다한다.
족히 20년은 더 지났을 것 같다. 40대초에 한국사회의 참담한 미래를 훤히 보는 듯해서 여러 번 전전긍긍했다. 언제나 내 삶과 관심의 중심에 있었던 교회도 마찬가지다. 만신창이 되어 벼랑 끝에 있는 것이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옛 선지자들도 시대를 읽었다. 혹독하게 시대를 질타하였으며 왕과 백성을 꾸짖고 계도하기를 쉬지 않았다. 그러나 타락한 세상과 함께 교회에 주어진 기능을 잃은 지 오래고 그러다보니 선지자적 기능을 잃은 교회의 모습이 오히려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즈음이다.
국정이 난맥상 그 자체다. 오늘 자 한 신문에도 정부가 있기나 한 것이냐는 내용으로 국정마비 상태라 할 만한 최근의 혼란을 1면 톱으로 실었다. 언제 어느 때고 개인이든 가정이든 어려운 일 없을 때가 있는가마는 이건 그 정도를 넘었다. 아니 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뛰어내린 놈에 깔려 둘 다 죽었는데 그걸로 나라님이 어쨌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양 사방에서 온 천지 계층마다 곡소리가 난다.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심약한 이웃이 사회로부터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년 같은 청년이 기본급 겨우 넘는 봉급에 매월 100만원을 저축하던 성실한 그가 처우개선을 위해 피켓 들고 회사 앞에 나가 시위를 하고 그러다 컵라면으로라도 끼니를 때우려 가방에 넣고서 작업을 하다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지하철 공사장의 작업인구들이 붕괴로 여럿 죽고 다쳤다. 얼마나 그 장면이 참혹했던지 사전 수습을 어느 정도하고 현장 검증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대한민국의 제일 활기찬 곳에 자리한 화장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역시나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희생을 당하는 여자 청년이 나오고 이를 추모하는 물결이 넘쳤다. 그뿐 아니다. 건강을 위해 가까운 산을 오르던 아주머니가 출소 후 살길을 못 찾소자에게 영문도 모르고 당했다. 길거리 가던 아주머니가 백주 대낮에 개잡듯 몽둥이로 맞는 일도 벌어졌다. 어쩌다 보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렇게 예측을 불허하는 사회라면 진즉 탈출해야 한다. 이 와중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고 국정의 최고 지도자는 먼 나라 사람으로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
가진 놈들도 양상만 다른 뿐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써도 써도 다 못쓸 정도로 큰돈을 벌었으면 그렇게 개처럼 써야 할까. 그 배부른 자리에서 겨우 원정도박 수준이 우리나라 기업가다. 그 치사한 돈을 가지고 얼마나 부정한 짓을 제 마음대로 했을까. 그 많은 지하상가에서 번 돈을 그렇게 흥청망청 써야 만 했을까. 너무 상식을 벗어나 할 말을 잃었다.
돈 나무랄 일만 아니다. 그 돈에 전직 판사도 검사장도 놀아났다. 놀아나도 더럽게 놀아났다. 법에 도통한 사람들이 웬만하면 빠져나갔을 텐데 주위에서도 봐줄 형편이 아니던 모양이다. 흙수저 금수저니 헬조선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한 세상에 대하여 희망을 찾지 못한 청년세대의 절규인 것이다.
교회가 부끄러운 곳이 된지도 오래다. 기독교인이, 교회의 목사가 별 자랑스럽지 못한 사람이 된지 오래다. 주중에도 반갑다고 오랜만에 어떤 이를 만났으나 귀를 씻고 싶었다. 마음이 상했다. 젊잖게 같이 이야기하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왔다.
정상국가로 돌아가는 운동이 어디에서 부턴가 일어나야 한다. 교회 같은 교회운동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 프랑스혁명 같고 종교개혁 같은 혁명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나라가 산으로 올라가고 교회는 떠내려갈 것 같다. 먼저 목사고 장로요 신학교다. 세상 사람들에 대한 흉은 다음이다. 그들은 원래 그러니 했으나 실상 교회가 더 추잡하다.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이 사라졌다. 이스라엘도 그랬고 예수 이후 2000년도 더 나은 것이 없다. 십자군전쟁이며 오순절운동 등도 모두 기회를 놓쳤다. 베뢰아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그 위대한 복음이 교회성장과 세습으로 똥칠망칠이 되고 말았다. 그 위대한 이도 사람이었음만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가 싶어 마음이 답답하다.
오 주여, 속히 오시옵소서! 주만 바라는 그루터기들이 아직 남아 있나이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