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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개척하자 젊고 열정적인 목사를 따라 새영혼들이 연이어 찾아오고 헌신에 주저함이 없던 시기였다. 그 무렵의 일이다. 생각 없이 그냥 하는 짓도 아니었고 재미나 장난삼아 한 일도 아니었다. 몇 해 동안 한해 말에 신앙성적표를 나눠 주었다. 천국가면 평생의 자기 신앙성적표를 받게 될 텐데 미리 받아 보면서 점차 좋은 성적을 얻도록 하자는 설명도 함께 덧붙였다. 거기에는 먼저 한 해 동안의 출결사항이 있고 헌금생활, 전도와 봉사 등 교회활동 사항도 있고 마지막으로 목사의 서술형 총평도 있었다. 난 지금도 자주자주자주 그때 그 성적표 나누기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을 안타깝게 기억한다. 평소에도 제법 말이 많았던 한 여자 집사분이 자기는 이렇게 결석하지 않았다며 역정을 내는 일이 일어났었다. 그분은 얼마 후 아들을 따라 멀리 이사를 갔고 그 후로는 본 적이 없다. 아무튼 당시 할 말이 없지 않았지만 한 영혼이라도 상심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이듬해부터 그만 두고 말았다. 내가 무엇을 결정함에 꽤 신중한 편이어서 결정 후 후회한 일이 별 없는 편인데 당시 성도들의 의견을 물어 교회명을 바꾼 것과 예의 신앙성적표 나누기를 그만 둔 것이 교회의 인도자가 자기 역할을 잘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져 늘 마음이 켕긴다. 말이 나왔으니 다시 교회이름을 바꾸는 것 또한 못할 짓이다 싶어 망설이나 언제라도 제 이름을 찾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교회는 목사가 주인도 아니요 독단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성도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실수 아닌 실수였다.
그럼 왜 누가 성적표 받기를 싫어할까? 성경에도 천국가면 심판을 통해 각각 행한 데로 상벌이 있을 것이다는 말씀이 자주 나온다. 성적표 비슷한 생활기록부가 있을 것이다는 말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학교를 다니며 때마다 정확히 학기말 성적표를 받아야 한 것과 똑같다. 내가 나이 들어 하고 있는 공부의 성적표에도 출석점수,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토론, 퀴즈, 과제라는 제목으로 점수를 엄히 매긴다. 대충도 없다. 세상이 좋아져 얼마든지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나 성적관리가 매우 엄격하다. 오프라인에서 대학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
신앙생활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지만 영적세계 정말 못 말리게 까다롭다. 세상에서는 어물쩡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영적세계는 다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지레 손들고 항복한다. 예민한 영의 세계에서 자기 신앙양심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기도생활이 그렇고 죄에 대한 반응이 그렇고 성경 깨달음도 그렇다. 영적세계야 말로 진짜 예민하다. 당신은 별로 예민하지 않다면 당신의 영혼이 둔하고 둔하다 못해 죽어있기 때문이다. 기도가 될 때와 안 될 때가 엄청 다르고다. 기도응답이 될 때와 응답이 되지 않을 때가 다르다. 왜 형통하지 못한 삶을 살지 못하는지 자기만 모른다.
우리는 사후에 신앙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성적이 참혹할 수도 있을 것이고 천국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물질세계와 다른 것만 다를 뿐 원리는 똑같다. 오히려 영의 세계가 먼저고 원형이고 본질이고 세상세계가 복사판이요 짝퉁이고 부정과 비리 얼룽뚱땅이 먹히는 엉터리다. 비리와 부정으로 속일 수 있는 세상이다. 다시 신앙성적표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매일성경의 Q.T 까지를 포함하여 신앙생활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신앙성적표야 말로 나의 모습이지 않을까. 어떤 이가 싫어하고 어떤 이가 좋다며 반길까 싶다.
공연히 성도들을 피곤하게 하여서가 아니라 정말 학교공부하고 성적표 받듯 그렇게 신앙생활 해야 옳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목사로서의 내 성적이 형편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남은 생이 얼마일지 성적이 과제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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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성적표
두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