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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죄송스러운 일이다. 세월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러하다. 목사가 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다며 여러 차례 선친 이야기를 회중들께 들려주었다. 좋은 얘기는 하나도 없고 모두 궂은 부끄러운 이야기이다. 그 회중들 가운데는 아버지를 만나 나를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계시고 누님 동생도 있다. 정말이지 아버지는 내게 너무도 힘든 분이었다. 감당이 안 되는 분이셨다. 30년 이상 살았던 대신동 골목시장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간만에 고향동네 찾아온 나를 보고 반갑게 맞으며 하시는 말씀은 거의 비슷했다. ‘너거 아버지 별났다. 너거 엄마 진짜 고생했다.’ 그분들이 증언해 들려주는 내 어린 시절은 그랬었다. 별난 아버지와의 전쟁이었다.
그런데 나이 50이 더 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불과 몇 년 전이다. 아래로 두 동생들은 한 번도 아버지에게 맞지 않았다 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쓰린 상처 같은 세월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랬구나. 참다행이네. 아버지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구나!’ 제일 만만한 상대가 엄마였고 난 그 엄마를 지키기 위해 작두 위를 걷는 것 같은 한주 한주를 보내었던 것이다. 그 덕이었을까, 아님 어려서 상대가 안 되었을까 동생들은 그 힘든 아버지의 폭주로부터 모면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추운겨울이기도 했고, 비가 오는 음산한 밤 시간이기도 했던 날들을 아버지를 피해 처마 밑에서 보내었던 기억이 생생하건만 그럼에도 그런 아버지의 부성이 이따금 그립고 내안에 있는 그분의 DNA를 느끼기도 한다.
이야기 첫째, 선친은 종종 슈바이처박사 이야기를 하며 안방 천정에 닿도록 놓여있던 슈바이처 전기를 잃으라 하셨다. 내가 기독교인임을 감안한 그분의 헤아림 이었던 것을 그때도 알았었다. 신학을 하고서야 슈바이처는 그냥 밀림의 성자가 아니라 ‘역사적 예수해석’에 탁월한 신약학자였음을 알았다. 이야기 둘째, 내가 교회 다니는 것을 무척 자랑하셨다. 술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난 창피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듯 아들이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 하셨다. 이야기 셋, 학부형 회의 참석은 매번 아버지 몫이었다. 엄마는 잠시도 자리를 뗄 수 없는 밥장수였으니까.... 그러면 그는 공부 꽤나 하고 육상선수로 알려져 있고 대장 노릇하는 아들의 아버지로 다른 친구 어머니들에게서 찬사를 들어서였을까, 그날은 술을 한잔 더 걸쳐 거나하게 취해 기분 좋아 하셨다. 이야기 넷, 당신의 삶이 저물어 갈 무렵 -아버지는 연장을 무척 아끼셨다. 돈 들여 좋아하는 외제 연장도 곧잘 사서는 그걸 다듬곤 하셨다.- ‘연장은 막둥이가 가져가고 책은 훈이가 해라’ 내게 그리고 동생에게 책 읽는 버릇을 남겨준 이는 아버지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내게 소중한 삶의 자세를 남겨 놓으셨던 것이다. 오늘은 마지막 다섯 번째에 담긴 의미를 찾아서 이 글을 쓴다. 동년배의 외사촌 누이가 있었다. 워낙 생활수준이 차이나 별로 대할 기회가 없었으나 중학교 진학 후 사촌들을 가끔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몇 달 앞서 태어난 그 누이가 그렇게 아버지를 기억했다. ‘고모부는 참 멋쟁이고 좋은 분이셨다’ 고.... 고관의 딸로 유복하게 자란 사촌의 눈에 내 아버지가 그렇게 평가되는 것이 신기하고 듣기 싫지 않았다. 새로운 아버지 모습이었다.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촌은 그렇게 보았던가 싶어 오래 기억하였었다.
5월이 되면, 어려서는 단 한 번도 “아빠”라 불러 보지도 못하고 내게 상처만 남겼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그립곤한다. 최후 당신의 눈에 고생하는 것처럼 보였을까 교회를 개척하는 아들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했으나 이미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어 얼굴에 그늘이 지셨던 그분이 그립다. 오랜 세월 내 안에 있었던 그분에 대한 낭패감과 원망이 함께 떠올라 죄송스럽고 미안하다. 다행히 최후 보이신 아버지의 신앙고백이 목사로 살아온 내게 큰 위로가 되어 남아있다.
글. 이동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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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선친을 그리워하다.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