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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외국에 나가보면 여태껏 배운 영어는 다 죽은 영어라는 것을 실감한다. 원래 영어를 좋아는 했지만 썩 잘하지 못한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웬만큼 한다는 영어도 영어나라에 가보면 다 그저 그렇게 고장난 상태다. 고급 전문 영어야 쓰일 곳이 별도 있겠지만 문제는 생활영어도 마찬가지다. 예로 여행객인 우리들은 길거리의 간판이나 표지를 한눈에 읽어지지 않는다. 번역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현지 동포들에게 종종 묻는 말이다. “한 일 년 지나면 길거리 간판이 한눈에 들어오나요?” 좀 더 실감나게 말하자면 “안 읽어도 읽어지나요” 가 맞다. 우리가 모국에서는 간판을 애써 읽지 않지 않는가. 그냥 눈으로 보고 알거나 스치고 지나가도 아는 것이 그것이다.
나의 금번 필리핀 수도 마닐라 방문은 목적이 처음부터 간결 분명하였던 탓에 난 단번에 feeding이라는 말을 알아들었다. 사실 들어는 봤으나 흔하지는 않은 단어였다. 그러나 도착해서부터 feeding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feeding은 feed에서 나왔다. feed는 (사람, 동물에게) 음식(먹이)을 주다. 비료를 주다. (유아에게)젖을 주다. (환자, 어린이에게)음식을 입에 넣어 주다. (가족을) 부양하다 등의 뜻을 가진다.
거기 며칠 있지 않는 중에도 세 번의 feeding이 있었다. 그야말로 feeding이었다. 첫번째는 토요일 오후 필리핀 한인 교회 주관으로 토요일 오후 300개가량의 빵을 빈민 지역에서 나누었다. 한쪽에서 현지 사역자가 땀을 흘려가며 성경을 가르치고(길거리 한 모퉁이에서) 거의 끝날 무렵 코흘리개 아이들로부터 건장한 청년 학생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빵을 나누는 일이었다. 우리도 옛적에 꽤 좋아하던 설탕물 쥬스가 거기서는 인기였다. 빵 한 개를 받고 빈병이나 아니면 비닐 종이라도 말아서 얼음에 식힌 음료를 받아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다. 둘째는 주일 오후다. 아침부터 이웃 대형마트로 나를 데려가 으깬 돼지고기며 얼음 분말쥬스와 기타 다른 물품구입을 구경하게 했다. 외에도 라면 여러 상자와 설탕 등을 샀다. 실은 그게 라면인줄 몰랐다. 거기는 라면이 우리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였다. 불과 물에 불리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얼른 보기에는 불량식품 같았는데 저들이 제일 많이 먹는 것이라 들었다. 길거리 공원 한쪽 중형 텐트에 1000개의 빵을 굽는 팀이 있고 머리카락이 집을 지어 산발이 된 사람들을 위한 이용봉사팀이 자리를 잡았다. 한쪽에 수십 년 전 본 광경이 보였다. 딸아이를 눕히고는 머릿이를 잡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에는 이 같은 이상한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고 감동을 받은 현지 의사가 자비량하여 약품을 구비해 진료하는 무료진료소가 마련되었다. 참고로 이곳 의료비는 가히 살인적이다. 맹장에 걸려도 진료비가 없어 차라리 죽는 편이라고 했다. 우리돈 50만원 정도라면 수술비가 500만원이 넘어서고 그 큰돈은 보통사람이 마련할 수 없어 죽어가는 형편이라 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월요일 오후 다시 몇 사람이 모여 큰 빵 자루를 어깨에 걸치고 3개조로 나눠 길거리 feeding이 있었다. 시내 중심가였지만 구석구석에 제대로 끼니를 못하는 모자(母子)가 있었고 정신이상자 걸인 등등이 대상이었다. 일행들은 그들의 형편과 소재를 꿰뚫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앞서 길을 인도하시는 목사님을 따라 걷다보니 온몸에 땀이 흠뻑 젖었다.
이국땅에 온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굶주리는 필리피노들을 feeding하는 것이 흥미롭고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20년 전 크게 성령에 감동된 한 목사님이 시작한 일이 작년 CTX방송에 두 번 방영이 되었다. 그동안 길을 가던 한인들에 의해 소문이 나 뜻을 같이 하는 한인 성도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본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후 서둘러 모여 돕고 있었다. 하나님은 그렇게 자기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일을 기뻐하는 장로 남녀 집사와 청년들을 쓰시고 계셨다. 모두들 봉사에 보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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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ing:먹이다
노노케어(老老Care:노인이 노인을 돌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