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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수요예배에 대한 기록이 없다. 교회사적으로 수요예배에 대한 기원 정도야 찾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수요예배의 정당성인 것도 아니다. 신통찮은 부흥사류의 목사님들이 사견으로 구약성경에 자주 언급 되어 나오는 ‘제삼일에’를 수요예배의 근거라도 되는 것처럼 설명하는 이가 있으나 자의적 해석이자 신구약의 상호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억지 춘향이 식이다.
물론 삶 전체가 예배여야 하고 매일 매 순간이 예배여야 할 것을 주장한다면 애써 수요예배를 기피할 이유 또한 없다.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부활과 관련하여 삼일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지만 예수님께서 안식후 첫날에 부활하신 것을 역산하면 금요일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으니 삼일 째 되는 날은 안식 후 첫날로 수요일 삼일이 아니라 오늘의 주일로 주일 후 삼일 째 날인 수요예배의 근거나 정당성하고는 많이 멀다. 글쎄 사람이 하는 예상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마는 이래저래 주일 후 삼일 째 예배인 수요예배의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은 거의 확실하다.
내가 교회 생활을 시작하던 60년대 중반이후 한국교회가 급성장을 하면서 소위 개척교회라는 교회가 많이 시작되었다. 미처 새로운 교회를 시작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따라서 미처 교회당을 짓지 못한 채 시작하는 교회들 중에 다층건물의 2층, 3층에 교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엔 저걸 교회라 불러야 하나 싶도록 꽤 낯선 광경이었다. oo교회라고 간판을 걸었으니 교회이긴 한데 얼른 교회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개척교회라는 말이 그즈음 생겼다. 차라리 가정교회는 성경적 근거가 충분하기도 하여 상가건물에 들어서는 개척교회에 비하면 훨씬 양반인 셈이다.
아무튼 나의 신앙생활 중에만 해도 중3 고3 쫓기는 시간 외에는 거의 수요예배도 참석해야 더 잘하는 것 같아 거의 매주 부지런히 다녔다. 열심히 다녀 나쁠 것이 없었고 수요일만이 아니라 자주 방과후 교회를 출입했으니 수요일 저녁 다시 교회를 한 번 더 가는 것은 인도하시는 목사님이나 전도사님으로부터 새로운 말씀을 배우기도 하고 주중에 흐트러진 마음을 한 번 더 정리할 수 있어 좋기만 하였다. 그러나 대규모 아파트단지 라고 하는 주거환경의 혁명적 변화 앞에 주일저녁예배가 먼저 흔들렸고 사라졌다. 멀리 이사를 간 성도들이 주일에 한 번 모였을 때에 한 번 더 모여서는 필요한 교육을 하고 찬양이며 기도며 교제며 특별활동 등 아쉬운 부분을 채우는 오후예배로 바뀐 차제에 수요예배 챙기는 것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심지어 고리타분해 보일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종교적 의식이란 쉬 바뀌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수요예배와 관련해 몇 가지 기억이 있다. 동유럽 선교세미나 여행 중에 수요일 저녁이 되어 혼자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교회 비슷하게 보이는 곳을 연세 지긋한 중년의 부인들이 들어가고 있었다. ‘저기 교회다,’ 싶어 따라 가니 뜻밖에도 진짜 수요예배가 진행되고 있어 이방인인 나도 잠시 예배에 참석하였었다. 개신교회가 흔치도 않은 동유럽에서 비록 회중은 몇 없었지만 수요예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선교사로 있는 남편을 둔 현직 판사인 선교사 사모님이 간증한 이야기다. 사법고시를 준비 할 때 수요예배에 이어 교사들이 철야 기도회를 하는데 너무 시간에 쫒겨 ‘주님, 합격하고 나면 열심히 할게요. 좀 봐주세요.’ 했다가 곧 바로 다시 참석하고 말았다 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는 사법고시를 패스했다. 비슷한 신앙의 갈등을 겪어본 사람이라 많이 공감이 갔었다. 하나 더 있다. 그리 먼 세대도 아니다. 열심장이 청년이 시내중심가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족히 교회를 향해 오는데 한 시간 이상의 거리다. 그는 수요예배가 거의 마칠 때에야 도착함에도 꾸준히 그렇게 하는 것이 참 기특하게 보였다. 이렇게 수요예배에 대한 기억이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열심히 성실하게 교회생활하는 이들은 집사 장로 아닌 학생이든 청년이든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추이가 많이 바뀌었고 우리도 어려운 결정을 했다. 매일을 힘들게 사는 성도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었고 이왕의 열심장이들에겐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아 수요예배를 폐했다. 내심 시대가 변했다 는 핑계를 댔다. 수요예배의 다수를 차지했던 전업주부들이 이제는 거의 없고 집사님들 대부분이 맞벌이 생활하는 요즈음이다. 그나마 교회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어 수요일 저녁 교회로 오는 것은 많이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수요예배를 금년 다시 시작했다. 역시나 많은 사람은 아니나 의미를 부여하며 모인다. 내게 고마워하기도 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이들도 있고 좋아도 한다. 그렇다. 우리 성도들이 조금만 더 목사를 지지해주면 수요예비를 특화해서라도 끌어가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 고생만 시키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참 신앙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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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배
두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