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9.

천국 거지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6.04.24. 18:04:41 글쓴이IP: 112.162.106.29

‘천국에도 거지가 있구나!’ 지난 주중 어느 날 ‘천국에 청소부가 있구나 ...?하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멍때렸다. 어찌 이제야 이를 깨닫게 되었을까 싶어 신기할 정도로 그것은 지극히 성경적이고 당연한 개념이다.
“각 사람의 공적이 나타날 터인데 그 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나고 그 불이 각 사람의 공적이 어떠한 것을 시험할 것임이라 만일 누구든지 그 위에 세운 공적이 그대로 있으면 상을 받고 누구든지 그 공적이 불타면 해를 받으리니 그러나 자신은 구원을 받되 불 가운데서 받은 것 같으리라”(고전3:13-15)
그사이 얼마나 성경을 건성으로 읽고 이해하였으면 이제야 이 말씀이 가슴에 와 닿을까? 이렇게 건성으로 읽은 말씀이 어디 하나 둘 일까마는 이 말씀 또한 그동안의 천국은 진공상태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세상은 천국의 그림자이자 천국을 그려 볼 수 있는 유일한 모형이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이렇게 된통 성경속의 천국을 실상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묵상에 빠져있다 깜짝 놀라 무릎을 쳤을 정도였다. 신이난 상상의 나래는 계속 이어졌다.
천국에 좋은 일 훌륭한 일만하고 영광을 얻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똥장군 같고 청소부 같은 궂은 일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남들 귀하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궂은 일, 보다 덜 좋은 일하는 사람도 있다 는 것이 너끈히 가슴에 다가왔다. 그 좋을 것 같은 천국에도 청소부 가정부 노가다 심지어 거지같은 사람도 있고 그 가정부며 청소부 노가다를 부리는 저택의 마님 같은 사람도 따로 있는 것이다. 엉터리 망상 같지만 두고 보라. 그도 그럴 수밖에 누구든지 예외 없이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각각 자기 집을 세울 터 그날에 불로 공적을 밝힐 것이다 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삶의 결과물을 홀라당 다 태워 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가질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알몸이 될 것이니 그가 거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영광스럽고 유복하고 여유있는 것 또한 다를 바 없다. 셈법만 세상과 많이 다른 것만 다를 것이다. 이 세상 나그네로 있을 때 상당한 공을 들여 불타지 아니할 것으로 집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슨 이유로서든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엉귀성귀 엉터리 집을 지어 불 가운데서 심판을 받고 나면 무엇으로 자기를 가리며 어떻게 뭘 먹고 살 수 있겠는가 그가 거지지. 신앙생활 50년이 넘어서야 실감나게 정작 몸담고 있는 세상이 잠시의 나그네 길이고 오랫동안 정착하여 살아갈 본향은 천국이다는 실감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천국에도 허드렛일을 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의 비유는 얼마든지 세상에 가능하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북유럽 여러 나라 그렇게 살기가 좋단다. 독일만 해도 남매를 둔 목사님 왈 아이들 대학가지 않으려 해서 그만 두었다 했다. 대학 안 가도 살만하다 했다. 천국이 비슷해 보인다. 청소부를 해도 거지로 살아도 밥먹고 살만은 하다 는 말이다.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워하거나 불편한 것은 아니고 제 할일 하고 퇴근해 잠자리에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청소부는 청소부고 거지는 거지다.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자리는 아니다 는 말이다. 여유있고 제도가 잘된 나라라고 하여 청소부도 거지도 없지는 않다. 자신의 공력을 나타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으면 그는 불 가운데서 구원을 받는 것 같아 부끄러운 모습이 되어있을 것이다. 영원히 영원토록 말이다.
그 반대도 그렇다. 세상의 군주나 부자는 권력과 돈으로 지배하고 누리고 방탕하게 살려 할 것이나 천국 권력자 천국 부자는 주님을 섬기며 주님의 사랑으로 가진 것을 나누며 사는 삶이 다를 것이다. 엄연히 해의 영광 달의 영광 별과 별의 영광은 다를 것이라는 말이다.
천국이 그립다. 오늘도 천국이 그려지고 정말 그립다. 잠시 다녀가는 세상에서 너무 부끄럽게 살았다. 몰라도 너무 몰랐고 품성도 훈련도 부족했다. 세상은 내가 버티기에 너무 치열했고 그 짐이 무거웠다. 늘 경쟁하느라 여유를 누릴 수 없었다. 어느 때보다도 천국에 어울리는 심성과 자세로 살아야 함을 느낀다. 우리 성도들과 함께 천국예행연습 하듯 살고 싶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