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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시간에 비하면야 지극히 작은 점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짧은 기간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 내 마음에 영접한 이후 사람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는 제한된 세월을 감안하면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지난 세월 단언컨대 결코 단 한순간도 만족함이 없던 부족함으로 얼룩진 날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린 학생이 뭔 생각을 그리 깊이 했을까? 과목이 다르니 공책의 종류는 달랐지만 매권의 공책 마지막 장에는 수업 중에도 흘러가는 신앙의 단상들을 놓칠 수 없어 그 편린들을 수없이 남겨놓았었다. 그사이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언제나 속마음은 하나였다. 하나님 예수님 교회 신앙생활 그런 것 밖에 없었다. 신앙이 전부였다고는 하나 마음만 그리했을 뿐 실제는 엄청 불량하여 평생 신앙에의 미련과 과제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 되었다. 그러니 내게 있어 신앙은 열심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꼭 독실한 것도 아니었다. 뜨거운 확신과 열정이 있었던 것만큼 다른 청소년들이 갖는 회의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하나님이 없다 하며 멀리 까지 왔던 길을 뒤돌아서지는 않았지만 신앙은 언제나 가까운 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멀리만 한 당신이었다.
정말이지 얼마든지 신앙과의 작별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신앙의 족쇄를 벗어나 훨훨 날아가 버렸으면 하는 날들이 없지 않았다. 그 많은 회의와 갈등 교회생활의 굴레와 억압에도 벗어버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언제나 너무도 불완전한 모습이었다. 더 더욱 미세조정과 같은 과학적 결과물의 발견과 자유에의 갈망은 드디어 모든 굴레를 벗어 버리고 이제는 자유인이 되자 싶었던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많은 굴곡진 세월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성경을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은 성경의 유명하거나 대단한 구절 때문도 아니었다. 마치 길거리 돌멩이 같이 하잖은 것들이다. 성경을 읽다 우연히 찾았던 ‘이건 문맥상 도저히 꾸민 이야기가 아니잖아’ 같이 성경 속의 정황이나 우연찮은 토씨 하나가 성경을 등질 수 없는 삶으로 이끌었다. 그것은 이제 꽤나 무르익었음에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 진행형은 아주 최근까지도 다시 ‘성경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는 신학적 서술에의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경의 이야기가 나를 위한 것이고 동시에 하나님의 큰 계획이기도 한 것이 보인다.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이 어떻게 역사적 산물인 성경 속에 담겨질 수 있는 것이 알아졌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듯 분명한 모습으로 보이는 성경 속 영의 세계 그 이상은 없어 보인다. 그 어떤 것도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성경은 나 영혼을 살리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나 그 뿐도 아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인연과 형편을 외면하는 것도 아닌 것이 그 영혼의 세계로부터 파생되는 육체에의 긍정, 육체의 날들이 갖는 의미가 또한 틈새로 보인다.
내가 이제야 인생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면 그동안 나의 설교를 듣고 따랐던 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일까? 죄송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행착오와 과정, 실패와 부정, 육체의 실망과 추함을 포함 세상의 그 많은 생활 쓰레기마저도 그 이유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참 옳은 목사이고 싶었으나 영영 희망이 없고 어수룩한 철학자가 되어가고 부정하고 돌아보지도 않을 세계가 도리어 긍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는 것만 조금 다르다. 그래서 나는 예수 안 믿고 살 수 없었다. 어릴 적에야 ‘사랑’ 같은 실용적 이유가 한 가지쯤 있었지만 그 유치한 시절 외에는 신앙의 실용적 가치를 따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끝없이 물었기에 난 안 믿고 사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그래서 나는 안 믿고도 살 수 있는 너희들이 더 신기하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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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믿는 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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