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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수년전 한 병원을 들렀던 적이 있다. 이전 백화점이었던 그곳은 병원으로 손색이 없게 깨끗하고 아담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그리곤 다시 수년이 흘러 들렀을 때도 예의 병원은 비슷했다. 다만 이왕의 갖춰진 시설이 걱정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만큼 깨끗하기만 할 뿐 너무 조용했다. 심심찮게 그 병원 앞을 지날 갈 때마다 누구에게도 말해 본적이 없는 그 병원에 대한 약간의 안타까운 감정이 되살아났다. 며칠 전 그 병원을 다시 찾은 이야기다.
최근 대학 졸업과 동시 첫 전도사로 임직하였던 교회에서 전도사와 학생으로 만났고 그 후 서울에서의 유신반대로 강제징집을 마친 후 신학교 졸업과 동시 서울의 한 교회의 부름을 받아 다시 대학부 담당 목사와 대학생으로 만났던, 이제는 자란 교회에서 아버지를 이어 장로로 교회를 섬기고 있는 사랑하는 옛 제자를 만났다. 그사이 몇 년이 흘렀을까.... 내게 있었던 건강 이상에 대해 듣던 이 친구는 그 병 이라면 꼭 자기가 말하는 병원의 의사에게 찾아가야 한다며 연락할 테니 잊지 말라 고 당부를 했다. 예사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저 옛 은사를 아끼는 그 친구의 자상한 마음이니 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알듯 말듯할 정도로 팔꿈치 안쪽으로 이상이 계속 느껴졌다. 왼쪽 팔의 이상 징후는 심장기능의 중요한 체크사항인 것을 경험자들은 조금 안다. 어느 날의 일시적 징후가 아닌 계속된 느낌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혹 팔의 힘이 떨어지기라도 했나 싶어 매일의 운동시간에도 신경을 곤두세워 관찰했으나 역시 뭔지 확신이 없었다. 이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의 연장이랄까 조용한 늦은 시간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기분마저 들어 소개받은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예의 병원은 시장통 같이 환자로 북적였다. 신기하다 생각하며 접수를 하니 찾는 닥터는 외래가 주에 삼일만 짧은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며 새벽같이 와야 된다 했다. 족히 서너 시간은 헛걸음 한 셈이 되었다. 다음 날 새벽, 기도를 마치고 일찍 출발하여 창구에 오래 기다렸다 1번으로 접수를 하곤 뒤에 온 분들의 얘기를 들었다. 내가 찾는 그 분이 이 병원 살렸다는 말이 계속 되었다. 진료를 위한 예비검사를 한 뒤 진료실을 찾으니 거기는 더 완전 시장통이었다. 그렇게 기다려 진료를 받았으나 너무 많은 이들이 모여 미처 목사라고 소개도 못한 채 아무아무개가 제자라 그의 소개로 왔다 고 인삿말만 했다. 그나마 그이가 꼭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였다. 그렇게 상견례를 하고 검사에 들어가니 ‘심하다’ 느니 하는데 도대체 뭐가 심하다는 지, 쉽지 않다면 뭐가 쉽지 않은지 더욱 시술 중임에도 ‘갈라야...’ 뭐라고 하는 데 개복을 해야 할 정도이다 는 말을 듣고 보니 난 신혼초 두 아기를 심장병으로 잃은 아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겐 다녀오겠다 했지만 아이들에겐 나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온 것이 생각났다. 주께 평안을 빌었다. 다행히 스텐드삽입술이 끝났다. 시술 중 왜 였을까. 특유의 갑갑증이 일어나 몸을 여러 번 움직여 혼이 났다. 그렇게 끝내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니 이런 상황이면 내일.모레가 성탄절인데 교회 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도 다른 이들은 일찍 퇴원을 하였으나 난 닷새나 붙들려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나, 성탄절 교회 가야 합니다.’ ‘안 된다’ 했다. 듣든 말든 ‘난 들것에 실려라도 가야 한다.’했다. 그제서야 ‘내가 목사입니다.’ 라고 밝혔다. 그랬더니 목요일 늦게라도 가게 해 드리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정이 되었다. 설명이 길었다. 한 지역의 크지 않지만 중견 병원에서 실력 있는 독실한 크리스챤의 무게를 한껏 느꼈던 만 하루였다. 아는 바 그 병원은 기독교재단이 아님에도-이후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기독성도 할인제도가 있고 원목실이 있어 전도차 여러 번 병실을 찾았다. 성탄절 병실찬양 봉사도 하고 병실마다 꽂혀 있는 성경구절은 기독병원을 방불했다. 정확히 말하면 유력 기독인의 애쓴 흔적 이었다. 그분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난 전문의였다. 나를 그에게 소개했던 이 역시 기독인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치열하게 성경을 놓고 공부하고 토론하던 여러 친구들 중의 하나였다. 우리는 그 무렵 그렇게 했다. 우리는 그렇게 기독인의 꿈과 기독실천을 가르치고 토론하고 고심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그들 중에 족히 장관은 몇 나오리라 했던 그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들(?)의 지인 신세를 진 하루였다.
한국교회의 추락을 뼈 아파하던 20년 넘는 세월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런 친구들이 이후 얼마나 계속 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성탄절 아침이다. 주는 섬김을 받지 않으시고 섬기시고 대속물의 생을 사셨으나 그 피값으로 영생을 얻은 우리는 부자교회 잘난 교인일 뿐 아직 많이 부족하다. 실력도 인품도 갖추고 그리스도인의 도리를 다하던 기독세대가 그리울 때가 속히 올 것 같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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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는 이렇게 살았다.
두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