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의 아테네를 가본 지 오래 되었다. 20년도 넘은 것 같다. 근자 그리스가 경제위기에 봉착해 유럽연합에서 이탈하니 않니 하는 사이에도 당시 잊을 수 없었던 신선한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감동은 아테네 국립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보니 그 입구에서의 감동만큼 둘러본 한나절 후 박물관을 나왔던 출구에서의 감동이 엇비슷하여 묘한 대비를 이룬다.(출구에서의 감동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국립박물관이라는 거대한 석조건물 입구에 그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걸려 있었다. ‘네 자신을 알라!’ 당시만 해도 “그 유명한 말이 여기에!” 정도로 생각했지만 세월의 깊이를 더하면 더 할수록 ‘너 자신을 알라’ 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계속해서 내 심령을 짓눌렸다. 가히 철학의 아버지라 할만하다.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는가. 우리가 자신을 제대로 알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바뀌었을까가 자꾸 물어진다. 살아오며 겪었던 적잖았던 놀랄 일들 중에도 자신을 알게 되었던 감동에 비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 중 대부분은 여전히 ‘나’라고 하는 미로를 헤매고 있다. 이 ‘나’가 과연 무엇인가는 여전히 숙제다.
모르면 살아 갈 수 없다. 하나님도 성경도 무엇인지를 모르면 믿음의 길을 바르게 갈 수 없다. 길을 알아야 길을 갈 수 있고 방법도 요령도 알아야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 얼마나 앎이 절박했으면 그렇게도 앎에 대하여 목말라하며 살아야 했을까. 인류의 역사를 정의하여 별 말을 다 해도 ‘앎’을 넓혀 가는 과정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돈도 앎에서 나오고 권력도 앎에서 나온다. 성공과 실패도 앎과 모름 사이에 나누어진다. 경험을 통하여 책과 정보를 통하여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알아야 할 것들은 알아야 한다. 모른다는 것은 너무도 치명적이다. 모르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모른다는 것의 진짜 얼굴은 생각같이 무풍지대가 아니다. 중간 지대도 아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모른다 는 것은 캄캄하다는 말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만 해도 실패와 실수를 반 이상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모른다는 것은 너무나 슬프게도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모른다는 것을 모른 채 별짓을 다 한다. 무모하다 못해 위험천만한 짓을 하고도 몰라서 게으르기도 하고 몰라서 모른 채 한심하고 아찔한 형편에 천연덕하게 머물러 있기도 한다.
반면 편견과 아집 독선 고집은 반대편 얼굴이다. 그것은 자기만 옳고 정당하다 한다. 사람의 앎이나 지식 정보 판단 결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보편적이고 완벽하거나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원칙이 나온 배경이 그것이다.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 누구의 판단이 지식이 옳은지 모르겠으니 다수결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긴 이스라엘의 판단은 최악의 경우이나 인간세상의 도리 없는 한계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후보자 TV 토론회가 열렸다. 지켜보며 지금은 국가수반의 자리를 차지한 그의 논리와 발표를 지켜보며 걱정이 컸었다. 저 정도의 식견과 양식으로는 이 나라 최고 지도자로서는 무리다 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독재자의 딸로 듣고 보고 배운 것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요즘 형국이다. 그나마 보강 할 수 있는 길이 인재를 두루 써야 하는 탕평책인데 역시 그나마도 모르는 것은 모를 수밖에 없는 함정에 빠져 나라의 민주주의와 공화정은 많이 뒷걸음질 한 것 같다.
‘모른다’는 모르기 때문에 모를 수밖에 없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남의 말과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은 모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하나님께서 인생에 주신 선물이다. 주위에는 알아야 할 지식들이 늘렸다. 늘 배우는 일에 힘써야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지혜로운 삶에 이르는 큰 힘이다. 글. 이동훈 목사 |
|
지식에 관한 묵상②『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두 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