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5.

영혼은 장애가 없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5.09.13. 16:12:25 글쓴이IP: 61.83.10.192

젊은 날 장애인협회의 청함을 받아 수백 명이 모인 장애인들의 집회에서 설교를 해 본적이 있다. 그때가 한국교회 르네상스라 회상 할 만큼 성장을 질주하던 시기여서 였을까 그날 장애우들의 예배 또한 그에 못 지 아니 하였다. 몇 가지 사연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적지 않고 제법 관심도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러니 그런 장소에도 부름을 받았을 터이다.-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다. 열기는 뜨겁다 못해 용광로였다. 출발을 하며 젊은 전도자의 설교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했던 염려는 완전 기우였다. 숨죽여 귀 기울였고 뜨겁게 아멘 으로 화답하며 설교자를 유도했다.
비단 예배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족한 지체 그것이 언어였든 손. 발이었든 사고력이었든 상관없이 정말 깊은 관심으로 서로를 환영하고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었다. 찾기 어려웠던 교회공동체가 거기 있었다. 그날 나는 아주아주 인상 깊은 또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인간의 영혼을 관심하는 목사로 더욱 영적 세계 영적 실체에 대한 나름의 이해가 있는 사람이어서 자주 장애우들의 영. 육. 혼을 생각한다. 신체적 장애는 비교적 단순하다. 보이는바 육체라는 겉모양의 일부에 고장이 난 것이다. 고장의 유무와 정도에 따라 그들은 보통의 정상인이 겪지 않아 모르는 불편을 겪고 힘들어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정도가 얼마인지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아 속은 모른다. 약간은 동정이고 약간은 이해로 더 깊은 요구는 무리다. 다들 바쁘게 자기 삶을 살다 만나는 불쌍한 이웃일 뿐이다. 그러나 인지나 정신지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일반인의 이해가 쉽지 않다. 저들은 인지능력 내부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저들이 갖는 이해와 이해할 수 없음의 경계는 무엇일까가 궁금했다. 궁금함을 확대시켜보면 보통의 사람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사람들도 인지능력이 같지 않다. 이해의 깊이가 같지 않다. 어떤 이는 말과 글의 뜻을 깊이 이해하나 어떤 이는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어떻게 그런 정도로 이해하나 그 정도의 지식으로 어떻게 살지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하나님과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영생이다’는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너희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여 망하는도다’는 호세아의 경고도 마찬가지다. 이따금 과연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을 알 수 있으며 우리의 알지 못함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빚어내는가를 문제 삼아야 하나 그냥 지나간다.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같은 맥락으로 정신지체 장애우들의 인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연 하나님을 아는 바른 지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물어본다.
자애우들에게서 영과 혼의 관계가 드러난다. 장애는 장애일 뿐이다. 머리 좋은 이가 있고 덜 한 이가 있듯 지혜로운 이가 있고 덜 지혜로운 이가 있듯 그것이 소득의 차를 만들고 신분의 차를 만드는 것 정도일 뿐 시민됨에 문제가 안 되듯 장애는 장애 없는 것보다 불편할 뿐 생명의 근원인 영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영은 첫 사람 아담으로 속절없이 유죄 판결을 받았듯이 마지막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미 구원 받았다 함이 옳지 않을까. 그것은 인지능력이나 성적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구원은 장애 비장애의 문제가 아닌 믿음의 문제다. 부족한 인지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로 기뻐하며 티 없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값없이 주신 은혜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든다. 그것은 혼의 영역인 아닌 영의 영역이지 싶다. 차라리 그 낮은 정도의 혼이 갖는 불편함만큼이나 하늘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위로를 받는 것이 더 공평한 것 같다. 하나님 앞에 우리에게 무슨 의가 있을까.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