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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은 해방 후 남북으로 갈라진 이념적 갈등을 배경으로 한 한 아버지의 어린시절에서부터 황혼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역정이다. 영화는 포화가 쏟아지는 동족상잔의 남북전쟁으로 시작된다. 카메라의 초점은 숱한 감동 스토리를 남긴 소위 흥남부두에 모아진다. 비같이 내리는 포화를 피해 몰려든 피난민들이 만들어 내는 아비규환, 그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채워진 목숨을 건 피난 행렬 그리고 가슴을 찢는 사랑하는 내 동생 오빠 엄마 아버지와의 생이별이 영화의 처음부터 조국의 험난했던 시간들을 기억시킨다. 이어 그 뼈저린 참상마저도 감동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미국 함대사령관의 전쟁물자를 포기하고서라도 먼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다는 역사적 선택은 우리가 미국을 좋은 이웃으로 기억하게 하는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이산은 당연히 단순한 이산으로 끝나지 않고 이 비극적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실존의 뜨거운 휴먼 스토리로 이어진다. 그래도 영화는 영화니까 스크린 사이사이 전쟁의 참상을 이기고 오늘의 세계적 기업에 이른 대기업 총수인 듯한 인물이 등장하고, 이상한 외모만큼이나 뛰어난 국제감각으로 세계정상에 이르렀던 앙드레 뭐시기라는 인물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나와 양념을 더했다.
난 하필 부산사람이어서 월남으로 파병되는 군인아저씨(?)들을 보내기 위해 부둣가에 나가 ‘씩씩한 용사들아’하고 애국가도 부르고 맹호부대 청룡부대 노래도 불렀다. 동네에서 가까이 오며 가며 보았던 동네 형님도 월남 가서 돈 벌어 온다더니 죽어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어머니가 무척 우셨던 것이 기억난다. 공연히 파독광부며 간호사들의 눈물 나는 이야기가 작금의 불리한 시국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집권세력의 공작이 아니냐는 진보와 보수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해프닝은 짜증나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우고 싶다고 쉽게 지울 수도 없었던 우리 모두의 슬프고 아픈 민족의 이야기 이고 나와 너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그 광부 그 간호사 세대가, 한국에 참전하여 다리를 잃고 팔을 잃은 노병들이 오늘의 발전된 한국을 보고 한국전 참전을 자랑스럽다고 과거를 회상하는 일들은 참전 16개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들이 되어버린 오늘날이다. 아무튼 영화는 바로 내 나이만큼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였을 뿐 아니라, 한국 영화 최대 흥행을 기록한 성공작이고, 미국 의회 의원들이 함께 보았을 정도로 유명세를 톡톡히 탔었다.
설명이 길었다. 영화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그렇게 많이 울어 보았던 적이 없도록 울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리 참으려 하고 아닌 척 해보려 해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그냥 주룩주룩 흘렀다. 그때가 언제일까, 아마 중1 때쯤으로 기억한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영화를 학교단체 관람으로 보았을 때 그 옛날 아직도 우리네 그리 열광하고 빠질 만한 것이 없던 시절에 그 영화 정말 관객을 많이 울렸었다. 아예 극장 안에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고 영화관을 빠져나온 주위 사람들 모두 눈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그리고 50년 쯤 더 지나 영화를 보며 다시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동안 좋은 영화도 많이 보고 울고 웃고 신나고 굉장한 일도 많이 경험한 이제 와서 다시 ‘국제시장’을 보며 그리 울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교회에서 두 번째 볼 때는 그래도 덜 울 줄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갔다. 여전 하였었다. 이 이상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아직도 울 수 있는 감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라도 해야 할지 참 묘했다.
평생 별 변함없이, 최근에는 아예 새벽 2시에도 세시에도 일어나 기도실을 찾는다. 그러나 이전과 분명히 달라진 것이 있으니 눈물이 많이 줄었다. 그렇게 매일 같이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눈물이 어디로 갔는지 찔금하다 만다. 당시를 뒤돌아보면 내가 한 일 년 정도 더 그렇게 울었더라면 나라고 하는 사람의 영성이 굉장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이 눈에 지금은 눈물이 너무 말랐다. 그렇게 가슴을 치며 감사했고 죄스러웠고 애절했고 숨이 멎을 것 같았던 때가 그립다. 내 영혼의 모습이 ‘국제시장’ 볼 때보다도 덜 감동적이지는 않는가 해서 하는 말이다.
글.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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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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