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7.

2015년 5월에....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5.05.17. 16:41:42 글쓴이IP: 220.92.9.110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특별한 성벽이 몇 있다. 대부분은 그저 그렇지만 병적이다 싶도록 심한 것도 있어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기도 하는 독특한 것이다. 한 예로, 언제 그렇게 형성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난 말이 많은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학자도 아닌 사람이 학자적 근성이랄까 문제를 분명하게 그리고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하여도 그렇다. 말이 많은 사람은 결국 친구가 되지 않았다. 꽤 가깝게 지낼 뻔한 사람 중에도 끝내 가까운 친구가 되지못하고 은근슬쩍 멀어진 이들이 꽤 있다. 반면 말이 없는 사람은 왠지 친근감이 가고 좋은 점수를 준다. 그러니 소리조차 큰 사람은 영 질색이다. 신뢰도 가지 않거니와 깊은 정을 주기 어려운 사이이고 만다.
그런 나는 더 형편없는 사람이다. 더러 나의 참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거나 혹 내게 대해 꽤 괜찮은 평가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듣기 좋기 보다는 겁이 난다. 언제 들통이 날지 모를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어서다. 일부러 악평을 초래하지야 않겠으나 자신에 대한 인색한 평가는 여전히 잘 바뀌지 않는다. 솔직히 늘 마음은 비단이었으나 거칠게 살았다. 마음은 한정 없이 착했으나 착한 것 하고는 정말 무관한 삶이었다. 어쩜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게 살았는지 원망도 많이 하고 반성도 회개도 많이 했었다. 성경을 닮은 삶을 사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으나 너무도 성경과 무관한 삶의 연속이었다. 꽤 경건한 삶을 바라고 지향하였으나 꿈도 꿀 수 없도록 세속적 삶에 익숙했다. 꿈에서까지 주님을 따르고 주의 사람이기를 바랐으나 그야말로 꿈일 뿐 현실은 추하고 역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5월 화사한 봄날에 머리 숙여지는 것이 있다. 자식 자랑은 반병신이고 마누라 자랑은 온병신이라지만 이들을 포함 몇 사람의 사랑과 은혜를 새겨본다. 내겐 정말 자랑스러운 어머니가 둘 계시다. 어느 어머니가 하늘같지 않고 바다 같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마는 나의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다. 괜한 말이 아니다. 괜한 말 싫어하는 것도 나의 병중 병인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깎아도 사실인 이야기다. 어릴 적도 우리 엄마같이 훌륭한 사람이 있을까 다른 엄마들도 이렇게 훌륭한 삶을 살까 하고 생각에 잠긴 적이 많았고 엄마 같이 지혜로운 사람이 있을까 하며 수도 없이 감탄하곤 했었다. 이런 할머니의 젊은 날 곱고 지혜로운 생애에 익숙하지 않은 내 집 아이들이 이 소중한 사실을 모를까 조마심이 나기도한다. 엄마 같이 마음이 곱고 베풀기를 좋아하고 어려운 사람을 안타까이 여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어머니를, 한 성공한 친구는 ‘내게는 한 스승이 있다’며 ‘네 엄마다’라며 사연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의 어머니는 장모님이다. 장모님의 스타일은 어머니와는 많이 다르다. 그 연세에 그렇게 예리하고 경우 바르고 마음이 곧은 분 역시 어렵다. 두 분 모두 어느 아들 딸도 그만큼 착하고 똑똑하고 바르게 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큰 복을 받아 그 한분의 아들이었고 다른 한분의 사위로 살아온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 이야기다. 난 아비로 잘한 기억이 없다. 자신이 설정해놓은 원칙에 충실 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괜한 핑계이고 목사의 아들 딸로 살아가는 자식들의 무게에 대하여는 공감의 여유가 없었다. 이기적인 아빠였다. 그사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리지 못했다. 이런 아비아래서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리를 지켜 줬다. ‘하나님, 정말 이 시대에 찾기 어려운 착한 청년입니다. 이 아이들의 장래를 부탁드립니다.’ 내가 아이들을 위한 기도의 한 구절이다. 난 정말 목사의 아들이라면서도 이상한 놈들을 꽤 보았다. 그렇게 막 살기라도 하면 죽이지도 살리지 못하고 어쩔뻔 했나?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난 이 세상에서 사람같이 생긴 사람으로 내 아내보다 착한사람을 본적이 없다.’ 동료 목사들에게 하는 말이다. 난 아내가 내게든 아이들에게든 어느 누구에게든 화를 낸 적을 본적이 없다. 당연히 상스러운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결혼 후 이날까지 못난 남편에게도 언제 한번 따진 적이 없다. 충분히 칭찬 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조차 자신을 긍정하거나 자랑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어느 날 누구를 흉보는 것을 본적이 없다. 내 뜻에 반하여 당신 뜻대로 한 적이 없다. 악의가 없는 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아내는 하얀 거짓말조차 못한다.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사실이 아닌 말을 지어서 하지 못한다. 생각이 선하고 말이 선하고 행동이 선한 것이 이 사람의 특징이다. 그렇게 살기를 삼십수년이 지나면서 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실 적응이 잘 안 된다. 그렇게 어렵게 크지 않은 사람이 돈 한 푼 헤프게 써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세상 떠날 때나 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숱하다. 착하고 좋은 아내를 만나 대단한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5월에 우리 성도들께 감사한다. 나 같이 못난 사람의 말도 하나님의 말씀이라 내가 전하는 말을 듣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내 곁에 건재함을 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목사로서 대단한 복이다. 남은 생애 당신들의 곁에서 참 목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답변이 될지 모르겠다. 더 성경을 깊이 바르게 이해하고 당신들을 사랑하고 위하여 기도하며 더 알뜰한 삶을 사는 것으로 받은 은혜에 보답할까한다. 화사한 봄날 병원 창가에 앉아 받은 복을 헤아려본다. 글. 이동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