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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악이다. 계속 모기와 싸우다 끝내 잠자기를 포기하고 아예 앉았다. 어제 저녁 여기서 받았던 깊고 강한 인상마저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곳 목사님이 부산에서 서울 가는 거리보다 더 멀리까지 운전하여 ‘트랜쿼바 기념관’이라는 선교회 기념관 공원이 조성된 곳을 구경시켜줬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와 깊은 감동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300년 더 전 이곳 해안에 도착하여 모래바닥에 글을 써가며 복음을 전하고 지독히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다 마침내 독일에서 타밀어성경번역과 출판이라는 대역사를 이룬 독일인 루터파 선교사다. 그는 온통 힌두교로 둘러싸인 이곳에 들어와 마치 기독교 국가인가 하는 착각이 들도록 각양 기관과 단체 병원과 학교와 대학까지 일구어낸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다.
그의 흔적을 찾아 온 이 곳 기념관내 허름한 방문자 숙소를 이용하다 밤새 모기에게 물어 뜯겼다. 목사님이 이사를 하며 마련된 내 방에는 모기향, 모기훈증기는 기본 모기크림-한국에서 못 봤는데 이게 최고다.- 모기 잡는 전자채 그리고 방문마다의 방충망에 모기장까지 있다. 물렸을 때 바르는 신식 물파스까지. 할 수 있는 방어 준비는 다 한 셈이다. 여기 도착 후 분위기를 파악하고 철저히 준비한 덕에 이틀간 안 물리고 깊은 잠을 잤다고 자랑을 했는데 아침식사를 하다 식탁아래 숨은 놈을 놓쳐 말짱 도루묵이 된 날도 있었다. 여기 와 제일 힘든 일 중 하나가 모기와의 전쟁이다. 인도 천지에 모기 없는 곳이 없고 날아다니는 놈을 상대하기가 정말 벅차다. 복음 전하러온 사람이 모기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여간 치사하지 않지만 모기 이야기 없는 인도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실은 도착하자말자 내 체질이며 성격 피부트러블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안하면 누가 어떻게 아나? 그러나 진지하게 모기 이야기를 했으나 더 이상은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고 여기서 더하면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는 잘못된 판단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방문만 열면 들어올 수 있는 모기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다.
인도모기는 정말 신기하다. 그렇게 물렸지만 흔적이 없다. 오늘도 수도 없이 물렸으나 한 마리도 못 봤고 못 잡았다. 소리도 없고 흔적도 없다. 한국은 소리가 나고 정말 잡기 어려우면 한번 물려주면 100% 근처에 있다. 여기선 내가 나이가 들어 눈이 나빠졌나 아님 인도 모기는 크기가 작은가 하고 별 생각을 다 해 보았다. 결코 우리나라보다 안 작다. 외려 배고픈 사람들 사이에서 못 먹어 그런지 무지 가렵다. 물리는 것은 단순히 따끔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려워 긁고 긁는다는 것이 성가시고 추하고 귀찮다. 짜증난다. 깊은 잠은 날아가 버리고 피곤이 쌓여 짜증이 나고 마음은 피폐해진다. 허탈과 좌절이 밀려온다. 우울증을 몰고 온다. 여기 그 많은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연신 긁는다. 길을 가는 염소가 얼마나 물렸는지 길을 가면서도 긁고 길거리에서 드러누워 몸을 비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전부 긁는다.
출국 전 말라리아 예방차원에서 보건소 방역소 병원을 차례대로 찾았다. 여행기간 80일을 포함 전후 10일을 더하면 무려 100일 동안 약을 먹어야 되고 비용도 수십만원이었다. 의사 왈 ‘목사님 안 물리면 됩니다. 방충망 쓰세요.’ 했으나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난 어려서부터 피부트러블이 심했다. 대학시절 고급 주택에서 20여명의 일행 중 나 혼자 모기에 물려 고생했던 이후 꽤 신경 써서 지내오다 된통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떡할까. 글을 쓰는 지난밤에는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그전날 밤은 열대야로 잠을 못자고 다시 모기에 물려 긁고 있으니 비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모기한테 쫓겨 귀국했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는 왜 못 참고 돌아왔을까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한국에서 여름이 가까우면 꽤 정성껏 대비하던 것은 호강이다. 이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 선교는 굉장히 훌륭하고 귀한 믿는 우리에겐 최고의 헌신이자 로망이다. 그러나 현장은 쉬 찾을 수도 없는 한낱 모기 같은 미물과의 싸움같이 하잖은 일들의 연속이다.
그렇게 천민마을을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나를 여태 허락지 않는 목사님의 이유를 받아들여야 하나 싶다. 설명인즉 물이 너무 안 좋아 어렵고 화장실 시설이 안 되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안이 위험하다 했다. 아마 거기 화장실을 사용하려면 꽤 복잡할 것 같다. 일단 모기향을 사용한다 해도 순간에 공격을 당할 것이니 속도전을 벌여야 할게다. 부끄럽고 힘든 무기력에 빠진 깊은 밤이다. 위대한 선교역사의 현장에서 모기에 마음의 평정을 잃은 후배의 모습을 300년 전 선배는 뭐라고 할까. ‘내 다 안다’ 할까, ‘그 무슨 못난 모습이냐’고 경을 칠까.
다른 방에 있는 목사님 내외가 일어나면 일단 집으로 가자해야겠다. 몸을 추슬러 기운을 내야겠다. 교회와 식구들이 무척 보고 싶다. 짧은 영어실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쉴 사이 없이 말씀을 전하고 있다. 괜한 말인지 통역을 어떻게 하는지 그렇게 좋아한다며 쉴 여가도 없다.
글. 못난 종 이동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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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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