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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2가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다 크도록 재래식 골목시장에서 자랐다. 아마 출생하고 곧 바로 시장의 아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도 하도 울어 주인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시절 내가 살던 시장 분위기는 엄청 났다. 오후 저녁준비를 하는 시간이 다가 오면 어디서 사람이 나오는지 사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내가 어려서 이었을까. 어찌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나는 곧잘 호기심 가득 그 인파 속에 숨어들었다. 명절이 가까우면 그 장면은 더욱 가관이었다. 동네에 변변한 가게 하나 없었던-이도 한참 나이가 들어 알았지만- 그 시대에 구름같이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몇 살 즈음 이었을까 동생이 ‘형님아, 무지 큰 슈퍼 -그때 슈퍼라고 처음 불렀다.― 가 생겼다’ 해서 감히 두려워 얼른 가보지 못하고 힐끗힐끗 몇 번인가 쳐다보기를 오래 끌다 손님으로 가 보았다. 아마 요즘의 작은 편의점보다도 크지 않는 규모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거기가 당시는 엄청 나 보였다. 무슨 과자가 그리 많은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가판대를 지나며 ‘내가 혼자 이렇게 지나다녀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한 개 집어 먹을까도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그 가공할 만큼 잔뜩 과자가 쌓인 슈퍼를 대각선으로 마주 보이는 쪽에 공갈빵이며 단팥빵 꿀빵 꽈배기 하며 사람 죽여주는 찐빵가게가 있고 그 가게 맞은편에 목욕탕이 있었다. ‘우리탕’이다. 그 ‘우리탕’ 거의 맞은편의 미장원에 오래전 교회의 한 청년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었다. 그렇게 추억이 많은 곳이다. 그 골목에서 공놀이 하다 공이 유리문에 닿아 얼마나 야단을 맞았으며 그 골목의 큰 저택(그렇게 보였다)의 초인종이 얼마나 신기했던지 눌리고는 식모 누나가 찾으면 죽어라 도망치고 했던 기억이 기가 차게 그립다. 너무도 그리운 옛 시절이다.
그 시절 목욕은 조금 과장하면(초등학교 졸업하기 까지는)연례 행사였다. 철이 들면서 좀 더 자주 다니기도 했지만 아버지를 따라 혹은 형님과 같이 가서 등을 밀어주곤 했다. 묶은 때가 무지 많았던 것은 당연지사 몸을 데워서 굵은 때가 국숫발처럼 나와야 목욕을 한 것 같았고 혹시라도 손이나 목이 불기만 했을 뿐 땟자국이 남아 있을 땐 엄마에게 혼나기도 했던 그런 때였다.
그 시절의 아름답게 남아 있는 기억이다. 목욕을 다 마치고 갈아입었던 속옷의 상쾌함을 잊을 수 없다. 그 까칠한 맛 그 깨끗함 그 짜릿한 행복은 연례행사인 목욕의 절정 이었다. 오래전 제법 그럴듯하게 우리가 평소 느끼는 행복은 얼마나 지속 되는가 하는 글을 읽었다. 너무 오래되어 어디 자료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으나 예로 결혼은 보름이라 해서 얼마나 놀랬던지 honey moon이란 뜻도 그때 처음 알았다. 신혼여행을 허니문이라는 것은 신혼의 단꿈이 보름달 같이 충만하다는 뜻 말고도 실은 보름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 있다 했다. 아 그렇구나 하고 글을 읽고 세상을 배워 가던 시대였던 것이다. 대학 합격을 하면 그 행복이 얼마, 새 옷을 사면 얼마 여하튼 그런 내용이다.
그때 목욕은 세 시간이라 읽었던 기억이다. 요즘같이 매일하는 목욕은 그나마도 유효시간이 많이 짧아졌을 것 같다. 그래도 목욕을 하고 바꿔 입는 새 속옷의 상쾌함을 잊을 수없다. 비록 몇 시간 되지 않아 그 상쾌함을 더 느낄 수 없지만 우리는 그래도 그 새 상쾌함을 되풀이 한다. 그러고 보니 유독 내게는 되풀이 되는 일이 많다. 쉬 무너지고 흐려지고 무너지는 일들도 많으나 여전히 성실하게 진지하게 할 수 있으면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다. 해가 저물어간다. 비록 샤워 후 속옷을 갈아입는 작은 즐거움이라도 그 작은 즐거움이 다시 도전하게 했던 지난날이었다. 우리 성도들에게 샤워 후 속옷 갈아입는 즐거움이라도 여전히 신선하게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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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갈아입는 즐거움
유효기간에 대한 묵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