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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헬라의 철학자 현인 소크라테스가 남긴 ‘너 자신을 알라’는 철학의 아버지만큼 그 깊이와 높이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들이 많이 있어 지금도 길을 찾는 이들의 등대가 되고 있지만 ‘너 자신을 알라’야 말로 최고 중 최고다. 그는 고약한 부인을 둔 것으로도 유명하고 마침내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시므로 생을 마감했다. 그 시대에 벌써 무정부, 무법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니 그 혜안이 얼마나 깊은지 기절할 정도다.
하여 같은 말을 다시 인용한다. 어쩌면 나 자신을 두고 되뇌이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자기를 정말 모른다. 자기를 비추어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알까. 사람이 얼마나 무지하고 악하고 약하고 추하고 더러우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도 사실이지만 그 같이 자신을 모른다고 흉보려함만이 아니라 사람의 본래가 그렇다는 말이다. 자신의 추한 깊이를 알 수만 있어도 자신의 약하고 미련함의 깊이를 알 수만 있어도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의 추함과 약함을 부정하고 덮을 수는 없겠으나 해결의 길이라도 찾으려 나설 것 같은데 아예 자신의 어떠함을 모른다는 것은 추함이든 약함이든 악함이든 못남이든 상관없이 대책이 없다. 내가 어떠함을 알 수 있으면 어디서도 해결의 길이 있을 법한데 어떤 나인지를 모르고는 처방 해법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이 그러하다. 이것이 인간의 진실이다. 참 모습이다. 진짜 고민해야 하는 문제 중 문제다.
X-Ray를 발견한 것이나 더 발전하여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가 그것이다. 사람이 자기를 펼쳐 열어보지 않고서야 무슨 재주로 어떻게 무엇이 고장 난 것을 알 수 있을까. 자기 안에 있는 뼈가 오장육부가 뇌가 혈관이 혈관의 피에 어떤 이상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모두 짐작이고 추측일 뿐이었다. 이 같은 의학적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 준 것이 위의 검사기구다. 심전도나 초음파 검사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처음 생겼을 때 비싸기도 엄청 비쌌지만 그 파장이 대단했다. 세계가 노벨의학상으로 그 발명자들에게 찬사를 돌린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겠다. 의학의 세계에서 내가 알 수 없었던 내 모습을 알게 해 준 것이다. 오래 전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한 것의 현대판 과학 버전이다.
사람은 정말 자기를 모른다. 얼마나 자기를 모르는지 조차 모른다. 그 모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책이고 학교고 공부고 경험이고 여행이지 않은가 싶다. 그 중에 으뜸이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요 회의요 의논이다. 위원회다. 책이며 공부는 학교는 의논과 대화와 회의는 ‘난 잘 모릅니다.’는 것의 고백이다. ‘그렇게 보완 하겠습니다.’ 는 약속이다. ‘당신의 경험과 지식과 지혜를 귀하게 생각합니다.’ ‘귀 기울이겠습니다.’ ‘나를 도와주세요,’ 의 다른 표현이다. 인간은-이 때는 ‘사람’이라고 하기보다 ‘인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결국 자신의 부족을 노출시켜야 하는 비루한 자요 부족한 자요 여전히 길을 가는 겸손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도상(途上)의 존재다. 심지어 자신을 알면 얼마나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예 모르는 것이 맞다. 겨우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말은 어디서든 ‘나는 나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다. 그 까짓것 하고 무시해도 역시 그만한 깊이와 화두를 생각하기 어렵다. 얼마나 자신의 모르는 것에 절박했을까. 세월이 흘러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그런 나의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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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유효기간에 대한 묵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