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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다. 이 얘기를 내 가슴에 들려주었던 친구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그는 성품이 곱고 운동도 잘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였던 나이가 나보다 7~8살 많은 동급생 이었다. 신학원 시절 망나니 같은 내가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는 것이 기특해 보였을까 신기했을까 내게 있는 무엇이 그를 내게로 이끌었을까 그와 나는 꽤 가깝게 지냈다. 내가 그를 가까이 한 것은 상기 기술한 그대로다. 금요일 수업이 마치면 시골교회 전도사의 일을 위해 교정을 나서는 그가 착해보였고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둘은 편하게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학 수업의 종착점이 눈앞에 있던 어느 하굣길이었다. 평소 나를 ‘동훈씨’라 불렀던 그가 어느 날 내게 ‘동훈씨는 졸업하고 유학가 돌아와 가르치는 일을 해라’ 했다. 난 주저 없이 ‘난 local church 목사가 될 거요. 난 교수 관심 없고 목사가 되고 싶소.’ 했다. 그러니 그는 다시 ‘그러면 꼭 서울 가서 목회해라. 당신은 서울이 맞다.’ 했다. 이어 무슨 얘긴가 하다 ‘삯꾼이라도 되어야 한다.’했다. 삯꾼이라! 별안간 무슨 말인가 했다. 삯꾼은 전도사 목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말이 아닌가. 애초 언급하신 예수님께서도 결코 좋은 뜻으로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무슨 삯꾼이 되라니. 그가 몇 마디 더했다. ‘삯꾼은 제 품삯이라도 한다.’ 했다. 그제야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챘다. 이후 수십 년간 난 그 말을 고이 내 양심에 담고 있다. 그리고 보니 이후 도적이 따로 없는 동료들 선배들 고매한 척하는 목사님들이 많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보였다. 아닌 듯 하면서도 실상은 목자는커녕 제 품삯만큼도 일하지 않는 혹 하지도 못하는 목사들이 너무도 많았다.
수년째 종교인들에게도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사회적 논의가 분분하다. 설들이 많이 있지만 간단하다. 상당한 일리도 있다. 현실적으로 문제점도 있지만 그래도 당연하다. 아주 쉽게 말하면 종교인들도 시민이고 이 땅의 시민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세를 내는 것이 옳다. 더 쉽게 말하면 세상도 종교인들을 삯꾼으로 보려한다 는 말이다. 그리고 그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목사가 별 다른 일 않고 목회로 먹고 입고 자식 공부 시키면 그게 소득원의 전부이고 그렇다면 종교인 가깝게 목사도 프로라는 것이 맞다. 흔히 ‘프로가 프로다워야지’ 는 실상 나쁜 말이 아니다. 그 재주로 돈 벌어 먹고 살 사람 같으면 확실하게 정신 차려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목사가 근로자냐 아니냐 는 우스운 말은 아예 코미디에 가깝다. 공부 덜한 사람들의 하수(下手)다. 다시 목상에게로 돌아온다. 그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 같으면 상당한 근성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은 목사에게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성경은 물론 그보다 더 큰 뜻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그 큰 뜻은 너무 커다. 목사가 참 목자이면 큰 다행이겠으나 아니어도 제 밥값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오늘도 어려운 형편임이 뻔한 한 기관에서 ‘뭐 사다 드릴까’ 했다. 또 뭘 사주려느냐 며 고맙지만 그만 두라 했다. 늘 성도들의 사랑에 빚져 사는 것만 해도 내게는 과분하다. 난 평생 돈 벌러 세상에 나가지 않았다. 내 모든 것은 성도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아이들이 얼마나 마음 깊이 새겨두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집 아이들 어려서부터 여러 번 일렀던 이야기다. 높은 수준의 영성과 지성 그리고 교양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다. 저들의 사랑 만큼만이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나의 양심이고 도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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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옳은 삯꾼이어라
유효기간에 대한 묵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