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7.

얼골이 예뻐야 한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13.12.11. 16:49:01 글쓴이IP: 220.92.9.152

성형열풍이 너무 지나치다. 멀쩡한 몸에 서슴없이 칼을 갖다 댄다. 어느 정도 세대차를 인정하드래도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나라의 장래가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성형열풍이 몰아치는지 모르겠다. 열풍이 아니라 광풍(狂風)이다. 미친 짓이다. 혹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렇게 국민 의식이 비어서야 어떻게 나라의 장래를 기약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성형은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는 재건성형이다. 짐작컨대 전쟁에서 팔, 다리를 잃고, 손이 다치고, 어디를 다친 장병들을 치료하면서 시작 되었지 않을까 싶다. 더하여 일상의 일터였던 사냥터에서 논밭에서 공장이나 일터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신체 어떤 부위에 손상이 생겼을 때 이를 원래대로 재건하는 의료기술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요즘의 성형외과는 아예 성형의 본분을 망각했다. 필요한 재건성형이 있어 병원을 찾으나 우리는 그런 수술은 하지 않는 가 돌아오는 대답이다. 마치 최근 산부인과에서 ‘우리 병원에서는 분만하지 않습니다.’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곤 여성관련 본업외의 것에 열심이다. 이렇게 생긴 진짜 성형의 빈자리에 ‘미용성형’이 자리했다. 이전 복원이나 재건이 아니라 되레 원래의 모습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손재주가 있고 미적 감각이나 센스만 있으면 성형외과 전문이 아닌 타과목 의사들까지도 가세하니 가히 광풍이라 할 만하다. 대한민국 연예인 배우 가수는 얼굴이 다 비슷하다. 코가 비슷하고 입도 비슷하고 양악의 각도가 비슷하니 누가 누군지 얼른 구별이 안 된다. 이 별로 자랑스럽지도 않은 기술이 천박한 자본주의적 비즈니스와 결합하여 부요하지도 않는 동남아 아가씨들마저 부추겨 ‘돈 벌어 한국 가 낮은 코 올리고, 눈 크게 만들고, 얼굴도 갸르스럼하게 만드는 것이 꿈’이게 만들었다. 원래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 했다. 의술이 인술을 떠나 의료가 ‘의료 플러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산업’이 되면서 돈 버는 것만이 선(善)이 되는 재화의 노예가 되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예쁘면 좋잖아요’부터 시작해서 취직 급여 등 사회생활에서의 각종 프리미엄까지 나온다. 지난주에는 어느 로스쿨에서 현직 판사인 강사가 ‘여자 변호사는 얼굴이 예뻐야 된다.’는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오르더니 급기야 그 자리를 내어놀아야 했다. 나 역시 예쁜 것을 마다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미의 본질이 무엇이냐가 문제다. 미국 남부 여행 중 한 대학을 갔더니 남부답게 온통 까만 사람들이었다. 난 흑인 청년 남자와 여자가 그렇게 잘생기고 지성적인 것을 그때 처음 보았다. 우리나라의 여느 캠퍼스처럼 한쪽에 책을 끼고 캠퍼스를 거니는 흑인 남녀 대학생들의 눈과 표정 자세에는 지성미와 흑인다움의 매력이 넘쳤다. 원래 ‘얼굴’은 ‘얼골’ 이었다. ‘얼’은 겉모양이 아니라 ‘겨레의 얼’ 같이 ‘마음’이다. ‘정신’이다. ‘속 모습’이다. ‘골’은 ‘꼴’에서 왔다. ‘꼬라지’ ‘모양’이다. 즉 ‘얼굴’은 ‘마음의 모양’ ‘정신의 모습’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처음부터 얼굴을 마음의 모양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말은 마음 꼬라지 마음의 모양이 교양 있고 지성적이고 예의 바르고 정숙하고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깨달음이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원래의 뜻은 온데간데없고 진짜 겉껍데기 겉모양만 남았다. 며칠 전 서울에서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이용했다. 교복을 보니 틀림없이 여고생인데 어떻게나 화장을 짙게 했던지.... 영판 술집 아이였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말이다. 실은 흉보는 것이다. 복장이며 화장이 도저히 학교에 공부하러가는 것 같지 않고 직장에 출근하는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무도회 수준의 화장을 하고 학교가고 출근하는 것이 무척 낯설다했다. 우리 선조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우리들은 왜 이렇게 천박한 모양으로 변질 되었는지, 어디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워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