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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정말 책을 많이 가까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이력이지만 그래도 철들고 지금까지 공부하고 책 읽고 깊이 묵상하는 것 외에 달리 한 것이 없으니 너무 한가한 사람 같아 미안하지만 적은 양이라 할 수 없는 분량의 책을 읽은 셈이다. 내가 읽었던 시. 소설 그리고 신학과 철학 사회학과 역사 그리고 최근의 건강도서들을 보통사람들은 평생 읽을 기회가 거의 없다. 게으르다는 말이 아니라 세상사는 것이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 제일 큰 이유다. 사는 것이 너무 바쁘다. 나만 해도 출, 퇴근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마 살지 못하고 질려 죽고 말았을 게다. 새벽 4시경 일어나면 곁에 있는 아들에게 ‘아빠가 점잖지 못하게 새벽부터 뭘 저리 서두르시나?’ 할 만큼 1분 2분을 아끼고 5분만 늦으면 마음이 바빠 덩달아 실수를 하고 마음이 산만해진다.
보통의 사람들은 거의 전문직에 제한된 지식 경험 바깥의 지식과 정보를 갖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절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혹 그렇게 하면 제법 지식의 폭이 넓은 사람 내지는 많이 아는 사람으로 알려진다. 다시 미안한 말이지만 제법 그럴싸한 자리 그럴듯한 사람들에게서 ‘참 많이 아네요’ 하는 말을 꽤 들었다. 이는 내가 똑똑해서도 총명해서도 아니다. 그냥 책이 좋아, 아는 것이 별로 없고 궁금한 것이 많아 계속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글도 늘었다. 글은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소산이다.
언젠가 부터 ‘소통’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종내 난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무슨 소통 안 될 일이 그렇게 많아서 별안간 ‘소통’일까 하는 궁금증이 늘 있었다. 혹시 이전에도 소통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내 귀가 막혀 못 들었는지 모르겠다. 허나 어느 날 부터 갑자기 많이 들려왔다. 정리를 해보니 몇 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었다. 먼저 이전에는 소통이 필요 없었다. 권위주의 군사독재주의 시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왕이 대통령이 권력자가 총칼을 들이대고 비밀한 정보를 이용해서 위협하니 꼼짝 못했다. 그러니 권력자로서는 누구에게 귀 기울일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이만한 정보 통신의 발달이 오기 전에는 세상이 닫혀 있어 누가 무슨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정보의 량이 절대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통합적 지식에 덜 갈급한 시대였다. 그러나 그 사이 시대가 변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있고 입이 있고 지식이 있고 권위는 이전만 하지 못하다. 민초들이라도 힘을 모아 여론을 형성해 큰 권력에 대들 수도 있게 되었다. 돈과 권력으로만 할 수 없는 소통이 절실한 시대가 온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을 네게, 네가 아는 것을 내가 가질 수 있는 길은 ‘소통’이다. 소통은 이 시대를 사는 지혜요 힘이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적게 안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고. 남의 생각에도 새겨들을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 현 대통령은 꽤 불통 같다. 독재자의 딸로 공주 같이 자라서인지 남의 말을 들을 줄 모르고 당신이 모르는 것도 많고 별로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지 못한 것도 인정할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면 당신도 국민도 피곤하고 불행해진다. 시민단체의 소리도 들어야 하고 특히 야당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거기에는 의외로 막힌 길을 뚫을 수 있는 묘책이 늘 늘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권력자에게 하는 말도 아니고 정치가들에게 하는 말도 외인들에게 하는 말도 아니다. 내게, 내 아들 딸에게, 사랑하는 우리 성도들에게 하는 말이다. 제발 지혜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싶다. 아니면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 왜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애써 설득하려 하지 않으셨는지 알 듯하다. 귀 기울이는 소통이야말로 지혜로운 삶의 지름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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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힘
주의 길을 가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