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때는 정말 기도를 잘 모르겠다.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그렇게 오래되고 얼마나 중한 관록과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도가 캄캄할 때가 있다. 과장도 괜한 겸손도 아니다. 실제 기도에 대하여 어떤 말도 들어 본적이 없고, 아는 것도 배운 것도 없는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빈 것 같을 때가 있다. 안 믿을 정도지만 자주 있는 일이다. 어떤 자세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를 몰라 무릎을 꿇었다 앉았다를 되풀이 한다. 또 기도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며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을 뭐라 불러야 할지를 몰라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본다. 어느 날은 하나님의 동정을 얻으려 비굴한 마음과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다른 어느 날은 따지고 대들면 나을까 싶을 때도 있을 때도 있다. 이래도 해보고 저래도 해보지만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없어 자신 없는 짓을 오늘도 되풀이 한다. 슬프게 울어도 보고, 큰 소리로 외쳐도 보지만 속 시원히 주님께서 ‘이렇다’ 말씀하시지 않으니 애타고, 힘들어하고, 좌절하고, 목말라 한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이렇게 미련한 짓을 되풀이 하니 기도의 세계를 대단하다 해야 할지, 기도자의 미련을 비웃어야 할지, 종교의 우매함을 조롱해야 할지 여러 마음이다.
불교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는 티베트불교의 기도는 끊임없이 통을 돌리며 소원을 아뢰기도 하고, 탑을 돌며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오체투지(온몸을 던지듯이 납작 엎드렸다 일어나고 하기를 되풀이 하는 것)가 인상적이다. 기독교와 불교의 기도 중 어느 기도가 참 기도며, 어느 기도가 진짜 영험(靈驗)이 있나를 말하려 함이 아니다. 저렇게라도 힘겹게 되풀이 하고, 온몸을 던지듯 죽을 고생을 하고, 그 정도는 해야 된다고 가르치면 우리네 기도도 기도다울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이래 볼까 저래 볼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나를 긍휼히 여기시고 나를 불쌍히 여겨 나를 도와주실까 해서 드는 마음을 불신이라 하여 꾸짖으면 도리 없다. 아직도 나는 이 정도 수준이다. 실은 그렇게라도 해서 하나님이 들으시면 능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수없이 기도를 가르치고 기도를 역설하고 심지어 기도에 대하여 신령한 체험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을 때 여전히 마음이 답답하다.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여 주시면 좋겠다. 뭐라고 사인을 주시면 이 내 답답한 마음이 조금 편해 질 것 같다. 이렇게 답답한 여정의 계속임에도 한 번도 기도를 포기해 보지는 않는 것은 또 무슨 해괴망측 하고도 요망한 짓인가? 메아리조차 없는 기도를 쉬고 중단할 만큼 마음이 담대하지 못한 내 종교적 무지함인지 아무래도 기도가 무엇인지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때는 신앙생활을 새로 시작한 이들이 부럽다. 아는 것이 없으니 이런들 어떠며 저런들 어떠랴 아무렇게나 해도 기도를 들으시는 이가 관용하실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틀렸다. 시간이 너무 오래고 배운 것이 많은 경력자다. 경력자요 중진이되 너무 대책이 없다.
오, 주님! 오늘도 여전히 답답한 심정으로 당신만을 갈망합니다. |
|
기도에 대하여
주의 길을 가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