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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가까운 거리에서 등산을 한다. 집에서 출발하여 십분 가량만 걸으면 등산 진입로에 도착 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을 누리는 것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가족들과 아침식탁에 같이 앉으려면 새벽 4시 전후는 깨어 일과가 시작 되어야 한다. 늦어도 네 시에는 기도를 시작해야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데 이보다 조금만 늦어도 마음이 무척 부대낀다. 이렇게 쫓기는 시간은 다시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곤하지 않는 하루를 지내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보고 싶은 TV프로가 있고,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덮어두고 잠을 청해야 무리가 없다. 이렇게 꽉 짜인 새벽일정에서 등산은 5시 30분이나 혹 6시에 교회를 나서는 것으로 시작 된다. 주중 두 번 정도는 조금 더 긴 코스를 택하고 보통은 왕복 70분으로 다녀온다. 이렇게 갈라지는 것은 흘리는 땀의 량 때문이다. 아침부터 땀을 너무 많이 흘리다 보니 오전 내 물을 찾고, 물을 많이 마시다보니 속이 냉하여 편치 못하기 일쑤다. 속이 편치 못하여 소화력이 떨어지면 몸의 활기를 높일 수 있는 에너지를 충분하게 만들어 내지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활기 넘치는 생활을 어렵게 하기도 하고, 부족한 혈액순환으로 몸의 고장 난 부분을 쉬 복구하지 못하기도 한다.
설명이 길어 졌지만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에 이르는 길치고 어는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등산로 입구에 이르는 길에 도착하기까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에 부채를 가지거나 타월 같은 것으로 부채질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꽤 거슬렸다. 난 부채 짓이 사람 산만하게 보여 싫어한다. 아마 중학교 때쯤 어느 목사님이 ‘예배 중 부채질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그리고 더 장성해 대학시절 C.C.C. 여름 캠프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이 그 더위에도 부채질을 안 하고 집중했다는 이야기가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했나 싶다. 아무튼 그 조금 낮선 광경을 보고 새벽부터 뭔 그리 덥다고 호들갑인가 하는 생각도 하고, 그게 무슨 큰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저렇게 방정맞게 흔들어 대나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완전 오해였다. 곧 알고 보니 쉴 사이 없이 얼굴에 산모기(?)가 달려들기 때문이다. 이놈들이 앞에서 앵앵거리다 제일 많이 접근하는 곳이 보통 눈이다. 왜 그렇게 눈에 달려드는지……. 눈에서 무슨 향이 나는지 아니면, 거기 습기가 있어 찾는지는 모르겠다. 생물학자에게 물어라도 봐야 할 일이다. 아무튼 그냥두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눈에 들어온다. 다음은 귀다. 깊이 귓구멍으로 들어와 화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 지경이니 나무그늘 아래 있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쉴 새 없이 쫓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여 산속에 들어서면 이제부터 완전 본격적이다. 처음에는 손으로 휘저었다. 언제가 부터는 나도 스포츠타월을 흔들어가며 산을 걷는다.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에게 여간 귀찮지 않지만 도리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스포츠타월에 하루에도 수십(?) 마리는 희생이 되는 것이다. 비록 내가 불자(佛子)도 아니고 살생유택(殺生有擇)에 크게 신경쓰는 인자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애써 산 것을 죽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수십 마리는 내 휘젓는 타월에 이생을 하직 하는 것 같다. 갈 길이 바빠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눈으로, 귀로 때로는 입안으로 달려드는 것을 나도 살기 위해 걷어내야 하는데 걷어내는 내 동작에 너희들은 일생을 마친다는 것이 아닌가 하여 그 참 무모한 짓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스스로 짧은 생을 초래하는 것인지 자제를 부탁하고 싶었다.
늘 그렇지만 산모기에게 하는 말이 아니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소득 없는 짓을 하며 얼마나 무모한 삶을 사는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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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
주의 길을 가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