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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새신랑 시절 10kg짜리 설탕포대 한 자루를 짊어지고 처가를 찾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나만이 아니라 더러 그렇게 했다. 설탕이 선물 축에 들어갔다. 손님이 찾아오면 설탕물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 시절 제법 사는 친구들은 하얀 사각으로 된 설탕을 가져와서 제 마음에 드는 친구들에게만 나눠 줬다. 없는 놈은 그걸 하나 얻어먹으려 물끄러미 쳐다보고…….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만 해도 하얀색의 네모난 각설탕은 부잣집 아이들이 한 번씩 가져와서 티내는 허세에 속했다. 그것이 어느 땐가 값이 내렸는지 쉽게 보여 ‘저것 비싼 건데 ’하며 내 눈에는 꽤 기이해 보였다. 엊그제 같은 기억이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색이 많이 바랬다.
아무튼 50년이 더 지난 요즘 설탕을 선물로 들고 다니는 이도 없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설탕물을 건네는 가정도 없다. 도리어 오늘날 설탕은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식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설탕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진짜 무서운 식품이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설탕의 위장전술 때문이다. 요즘은 설탕물 대신 커피나 과일주스, 기능성음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믹스커피나 자판기커피를 개념 없이 시도 때도 없이 마신다. 커피공화국이 되었다. 우추죽순 같이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는 것은 그것의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라 하겠다. 내가 매일 새벽 지나치는 건축공사현장은 출근과 동시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인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믹스 제품의 커피, 설탕, 크림의 혼합비율은 취향이 제각각인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만큼 절묘하다. 커피에 크림만 넣어서는 마시기 쉽지 않지만 설탕만 넣은 커피는 혀끝을 자극할 정도로 감미롭다. 바야흐로 커피는 한국인이 당분을 섭취하는 1위 식품이 되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한국인의 당분섭취 경로를 조사해 본 결과 커피가 33%로 단연 1위다. 그 다음은 주스류(21%) 과자와 빵(16%) 콜라 등 탄산음료(14%) 유제품(8%)순이다. 커피와 설탕의 관계를 조금 더 살펴보자.
가공커피(220ml)에는 각설탕 6개, 요구르트(150ml)는 3개, 바나나우유에는 9개, 콜라 8개, 이온음료(620ml) 12개 정도의 설탕이 들어가 있다. 알게 모르게 엄청난 설탕을 먹고 있다. 설탕중독이다. 이렇게 설탕을 찾는 현상을 저혈당증이라 한다. 우리가 뭘 먹고 싶어 하는 것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때 밥을 찾고 국수를 먹고 빵을 먹는다. 이 같은 것에 몸속에서 포도당으로 변하는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증후군이다. 그런데 밥이나 국수보다 달고 감미로운 것을 찾는 것은 그 속에 감춰진 설탕의 유혹 때문이다. 단것에 익숙해진 혀가 좀 더 빠르고 달콤하게 채울 수 있는 대체식품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밥이나 면과는 달리 설탕에는 밥이나 면에 있는 섬유질이 없다. 다른 영양소도 없다. 설탕에는 단맛만 있다. 그 설탕이 체액을 산성화 시킨다. 찍찍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얼마 전 “슈거 블루스”라는 책이 소개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블루스’는 상처, 상흔이라는 뜻이다. ‘슈거 블루스’는 독성물질을 처리하지 못하는 우리 몸이 설탕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정신적 육체적 상처와 질병들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1975년 미국에서 출판되어 120만부나 팔리면서 책을 읽은 사람들이 주방의 설탕을 내다 버리는 등 난리가 났다. 이후 국가가 나섰다. 사람들은 정제된 당을 많이 섭취하면 우울증, 관상동맥혈전증, 심장병, 저혈당증, 당뇨병의 위험이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그것이 식품에 녹아 위장되어있는 탓에 아편이나 방사능보다도 더 위험 하다는 것에는 무감각 하다. 우리 몸을 상하게 하는 제 1원흉이 동물성 기름보다 설탕이다 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도 어릴 적부터 참 단것을 좋아했다. 내 몸이 이렇게 상한 것도 설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회에 계속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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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의 폐해
주의 길을 가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