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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의의 정형외과 교과서에는 사람이 골반에서 나서 골반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 엄마의 골반에서 태어나 죽을 때 골반의 엉치 주위 골절로 죽는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져서 조금만 넘어져도 엉치 주위에 골절이 잘 생기는데 이것이 사람을 눕혀 놓게 되고 결국 못 일어나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위 연세 많은 어르신들 중에 여쭙잖게 화장실에서 넘어져 며칠 편하게 누웠다 일어날 것 같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종내 못 일어나더니 결국 세상 떠나셨다 는 소식을 듣는 것이 그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걷지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되면 전신이 약해진다. 덩달아 빠르게 주요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만병이 발생한다. 합병증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다 마침내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리 몸은 자꾸 발을 디디고 손을 사용해야 한다. 계속 사용해야 녹슬지 않고 돌아가는 엔진과 같다. 근육도 관절도 심장도 뇌도 마찬가지다. 닳을까 아껴두고 있다가는 어느 날 꼼짝도 못할 만큼 망가져버리기 일수다. 예를 들어 다리를 다쳐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다녔던 사람이 있다 치자. 뼈가 다 붙었다고 깁스를 제거 했지만 이 사람의 다리는 여간 불편하지 않고 걷기는 무리다 싶을 정도로 불편을 느낄 것이다. 깁스를 하고 다리를 사용하지 않은 동안 뼈에서 미네랄 성분이 모두 빠져 나가고 사용하지 않았으니 뼈를 둘러싸고 있던 근육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을 다시 디디려 하면 매우 아플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아프다는 이유로 발을 쓰지 않으면 미네랄을 더 빠져 나가게 되고 근육도 더 쪼그라들게 된다. 그러면 점점 더 아프다. 악순환의 연속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을 깨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아파도 조금씩 조금씩 자꾸 걸어야 한다. ‘어머니 불편한데 누워계셔요. 뭘 자꾸 일어나려 하세요.’ ‘아버지 푹 누워계셔요.’ 하면 영 일어나지 못하신다. 살기 위해서는 다리를 쓰고 손을 쓰고 몸을 자꾸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다시 미네랄이 모이고 근육도 자기 일을 시작한다. 그러면 조금 덜 아파진다. 그러기를 계속하면 조금 더 세게 디딜 수 있다.
아주 쉬운 이론이다. 거의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쉽지만 않다. 내 몸 움직이는 것은 누가 대신 해 주지 않는다. 살려고 하면, 살고 싶다면 자기가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 ‘걸어야 산다’라는 꽤 팔린 책이 있었다. 비슷한 내용이 세권이나 시리즈로 나오도록 건강도서로 인기가 있었다. 나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당근이다. 걸으면 산다. 살았으니 걸을 수 있다. 죽었으면 걸을 리 없고 걸을 수 없다. 문제는 살아있으니 걷는 것이 아니라 살고자 하면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걸어야 살아나갈 수 있다 는 것이 중요하다. 죽을 지경이 되어도 살려고 걸으면 사는 것이고 죽은 듯이 걷지 않으면 곧 죽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식물이 아니고 동물이다. 식물은 그 자리에 있지만 동물은 움직일 동(動) 그대로 움직이는 존재다. 다리만 그럴까. 몸만 그럴까. 기도는 그렇지 아니하고 나 영혼은 그렇지 아니할까.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을 수만 없는 일이다. 내가 나 영혼이 살기 위해서는 힘써 기도하고 힘써 찬양하고 착한 일에 열심하고 힘써 주를 사랑하고 섬기는 일에 열심을 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산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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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산다.
주의 길을 가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