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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승이며 누가 제자일까. 금년에도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즈음하여 못난 스승, 잘못된 스승이었음을 자책하는 어느 대학의 교수님 글이 화제가 되었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퇴직을 앞둔 한 교수님이 수업시간 ‘진지한 질문을 던져준 그대들이 나의 진정한 스승이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다. 교회생활도 심오하고 진지한 질문의 연속이다. 얼굴만 부딪히면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교인들이 넘 사랑스럽다. 그들에게서 영혼이 참 잘 뻗어갈 것 같은 밝은 미래를 본다.
스물네 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임지였던 교회는 나이가 나이였던 만큼이나 열정과 패기 순수함이 있었다. 맡겨진 일들에 결과도 좋았고 학생들도 엄청 따랐다. 돌이켜보면 나이 차이가 많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알뜰살뜰 사역이 행복하고 신났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연거푸 두주간 무단결석을 했다. 교회가 얼마나 기가 찼을까. 지금은 꽤 성공한 목사님의 아들 녀석 왈 ‘전도사님 잡혀 갔을 겁니다.’ 하더란다. 6.10 항쟁과 5.18 광주사태 이후 대학가의 시위가 그칠 날 없을 때였다. 그때 난 유신헌법 철폐를 주장하다 서대문경찰서에 잡혀있었다. 이심전심 마음이 하나 되고 생각과 느낌이 하나였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그때 어느 날 성탄절 준비를 하느라 한 학생과 같이 장을 보러 나왔다. 젊은 전도사와 궁금한 것이 많은 학생과의 대화는 그칠 새가 없었다. 목사가 된 그 친구가 하는 말이다. ‘전도사님, 잠이 뭡니까.’ ‘참 좋은 질문을 했네. 같이 생각해 보자’며 확답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로도 잠에 대하여 단상이 끊이지 않았다. 잠이 뭘까? 죽음? 휴식? 왜 자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로 지음을 받았을까? 왜 사람은 계속해서 먹어야 하고 자다 깨다를 되풀이 할까? 그렇지 않게 지어졌을 가능성은 아예 없었을까?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없음으로서의 잠은 뭘까?’ 사람이 살다 한번 죽는 것은 정한 이치인 것처럼 자야하는 것도 정해진 이치인가? 그럼 이 자야함의 의미는 무엇일까? 를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일까?
사람은 자야하는 존재이다. 적게 자든 많이 자든 자야 한다. 재우지 않는 것은 오래 된 고문의 유형 일만큼 못 자면 견디기 어렵다. 플로포플이라는 수면 유도제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었지만 쉬 잠들 수 없었던 연예인들이 살짝 아주 가뿐하게 잠들게 하는 것의 유혹이 얼마나 대단하였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절박한 것이 꿀같은 단잠이다. 나도 잠에 꽤나 힘들어 하다 최근 많이 좋아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요즘 같이 곤하고 길게 자보지를 못해 스스로도 의아해 한다. 깊이 자고 일어날 때마다 ‘제게 단잠을 주옵소서’하는 내 기도를 들으셨을까 하여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잠자리 또한 세계 곳곳이 천태만상이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어마어마한 잠자리가 있는가 하며는 개 돼지의 잠자리를 방불케 하는 곳도 천지다. 성경도 잠에 대하여 한 말씀 빠뜨리지 않는다.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 도다 하며는, 주 오실 때에 잠자던 성도들이 먼저 일어난다 했으니 낙원이라는 곳이 앞서간 성도들이 편히 잠들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잠을 생각할 때마다, 눈이 피곤하여 한숨 잤으면 싶다 싶을 때마다 자야 하는, 잘 수밖에 없는 한계가 많은 존재임을 실감한다. 오, 주님! 저는 매일 자야하는 존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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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주의 길을 가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