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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모님은 참 대단하신 분이다. 내 나이 제법 들도록, 형제 여섯이 있었지만 우리 중 누구도 엄마만큼 지혜롭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우리집을 찾았던 친구들도 곧잘 “네 엄마 참 훌륭하다 고” 부러워하던 어머니였다. 나의 장모님 또한 어머니 못지않다. 내가 만나보지 못한 더 많은 어머니들 중에 또 얼마나 착하고 선하고 지혜롭고 훌륭한 어머니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마는 나의 어머니와 함께 장모님도 그런 분들 중 한분이다.
나는 할머니로서 그렇게 경우가 반듯한 분을 본 적이 없다. 누구보다도 잘 베풀고 주위에 덕을 세우고 잘 섬기는 것은 기본, 어디서 배우셨는지 경우를 분별하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지혜의 탁월함은 장모님의 삶속에 배어있는 것 같았다. 이런 어머니를 둔 자식들은 복 받은 자들이다. 내 자식이든 며느리든 때로 남이라도 조금 잘하려고 시늉만 내어도 몇 갑절로 되돌려주는 분이다. 이런 시어머니를 만난 며느리는 배우려는 마음만 있으면 진짜 소중한 삶의 지혜를 배우리라 싶다.
이런 분이 어느 날 무슨 말을 하다 나왔을까 -기억이 벌써 이렇다. 정확한 문맥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말씀 하시기를 ‘그 돈이 다 내 돈 아니다’라 하셨다. 그러면서 ‘조금만 쓰고 다 돌려줘야한다.’ 고도 하셨다. 야! 그 순간, 그 지혜와 경우의 깊이에 얼마나 놀랐던가 오랜 이야기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축의금이나 부조금으로 들어온 돈을 두고 하는 말씀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살아온 짧은 날들에도 그런 경우를 아주 드물게 몇 번 봤다. 한번은 후배 목사님의 아버지가 소천하셔서 하루는 꼬박 걸려 다녀와야 했다. 음식이 풍성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남도 여서 이었을까 장례식으로는 최고 수준의 식사를 했다. 그렇게 조문을 하고 돌아가려는데 상주인 목사님이 ‘차비 하세요’ 하며 봉투를 건네주었다. 순간 움칫 했으나 이내 사양할 일이 아니라 판단되어 봉투를 받아 돌아왔다. 그 봉투에는 내가 했던 조의금 전액과 교통비를 하고도 남는 돈이 들어있었다. 그때 ‘아, 나도 나중 이렇게 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목사라고 어려워해야 할 평신도도 장로도 아니다. 나 역시 그에 비해 약간 선배인 동료 목사였을 뿐이었다. 더욱 그는 넉넉한 살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응대를 알고 있었다. 다시 장모님 이야기다.
나의 장모님은 누가 오든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내가 서울에서 친구 목사님을 처가로 불러 얘기를 하고 식사도 하고 돌아갈 때도 심지어 목사가 아닌 돈 잘 버는 친구에게도 세상에서 지위깨나 차지한 사위의 친구에게도 꼭 노자를 쥐어 주셨다. 이따금 장모님의 이런 베푸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꼭 경조비나 부조금 만일까. 세상 무엇이든 내 손에 들어왔다고 다 내 것이 아닌 줄 알고 베풀 수 있는 지혜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네 어머니는 이렇게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을 사셨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있어 이 또한 어리둥절하다. 그 분을 볼 때마다, 똑똑한 분이 왜 저렇게 밉게 늙었을까 싶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자식들이며 며느리며 얼마나 주위 사람들을 불편케 했을까 딱한 생각마저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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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돈 아니다’
내가 예수 믿어 얻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