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어머니를 가까이 모시며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7.15. 17:46:41 글쓴이IP: 61.248.226.125

교회가 절박하게 돈이 아쉬웠을 때에 어머니는 당신의 피땀을 흘려 번 돈으로 마련한 한 칸 아파트를 교회를 위해 전세로 내어놓아야 했다. 그때 마침 부산으로 대학교수가 되어 내려 온 동생은 내외가 직장생활을 하여 아이를 돌봐줄 손이 필요하기도 하여 어머니는 동생네로 가시게 되고, 동거하던 우리식구들은 세평도 채 되지 않은 단칸방으로 옮겼다. 어머니와 우리 식구들은 그렇게 헤어졌고 그 사이 십년세월이 더 흘렀다. 그리고 금년, 동생은 미국으로 교환교수차 식구들을 데리고 출국을 해야 했고 우리들은 그동안 여러 번의 이사 끝에 예배당의 5층 넓고 깨끗한 사택이 마련되어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우리와 합류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 특별히 공을 돌릴 것도 없고 누구에게 원망할 일도 아닌 것이 하나님께서 하시지 아니하시면 어떻게 일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다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곁들여 깨닫는 것, 배우는 것이 무지 많다. 그중 먼저 소극적인 것 하나를 소개한다. 어머니가 계시니 자연히 교회의 연장자들을 포함해서 연세든 분들을 이전보다 가까이 접할 기회가 많다. 연세가 어느 정도 들면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고 이해력도 부족하고 속히 속히 계산이 잘 안된다. 백을 천으로 천을 백으로 로운이를 일신이로 일신이를 로운이로 말을 잘못 알다듣기도 하시고 엉뚱하게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
때로 지혜롭고 너그러운 모습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세월에 밀려 연약함을 보이실 때는 우습다 못해 서글퍼진다. 왜 좀 멋있게 늙을 수 없을까? 실수와 허점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품위를 잃지 않고 권위있게 나이가 들고 그리고 마침내 주님이 부르실 그날 부유함을 간직한 채 세상을 하직할 수는 없을까?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연약과 한계에 기가 죽기도 하거니와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꾸 계산이 되어진다. 내 남은 일생, 내 영원한 영혼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더 자신을 가꿀 수 있을까?
오, 주여. 나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나의 마지막이 추하지 아니하게 나를 지켜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