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4.

나는 유치한 일을 못한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6.09. 13:03:47 글쓴이IP: 211.190.151.101

무엇은 유치하지 않은가가 어렵다.
마치 좋아하는 색깔이 제각각 다르듯
사람마다 성장과정이 다르고 가치와 철학이 다 다르니
유치함과 고상함에 대한 기준도 다 다를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선택의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풋고추 스토리'가 떠오르고
아내와의 '아구찜, 뽈찜'얘기가 떠올라 고소를 금치 못한다.
민주주의가 결국 다수결주의 일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사람마다 주인노릇 하여 제 주장을 펼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나
결국은 거의 자기주장을 펼 수 없고 다수에 따라야 한다.
심지어 지난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같이
정해진 법에 츼한 최후의 한 표가 세계제국 미국 대통령의 패권을 결정하여
누구는 세계를 다스리고
누구는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기까지 한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내게는 나만의 기준이 있어 명분이 없고 낯간지러운 일은 정말 못한다.
아무리 결과가 그럴 듯 하고 내게 유익을 남긴다 할지라도
수준과 품격이 결여되어 있으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만큼 살아오며 종종 이런 나의 고상함 타령 때문에
내가 돌아보아야 하는 우리 교인들에게 손해가 되지는 않았나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어쩜 교인들은 품위니 고상함이니 하고 복잡하게 따지는 것보다 흥미롭고
신나고 결과만 그럴 듯 하면 별 문제가 안 될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나도 고민하는 스스로에 지쳐 그렇게 할까 하고 자신을 달래어도 보나
역시 쉽지 않다.
결국, 여전히 더 높은 가치와 품위를 잃지 않고서도 대중성을 얻을 수
있는(다수결 주의!) 더 나은 길을 찾아 보기라도 하는 것이 양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 주여. 종의 어리섞음을 늘 돌아보아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