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페인트 문화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5.19. 14:25:41 글쓴이IP: 211.190.151.187

여행은 독서와 함께 더 할 수 없이 귀중한 경험이다. 독서도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배우고 알고 경험한 이들로부터 손쉽게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접할 수 있는 유익이 있지만 여행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하므로 그 감동이 크고 인상이 깊다. 아마 국내에도 일에 쫓겨서가 아니라 여행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여 여러 지방을 다녀보면 많은 귀한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외여행은 정말 유익하다. 어물전 망신을 꼴뚜기가 시킨다고 일부 몰지각한 졸부들의 쇼핑관광이나 퇴폐관광으로 해외여행이 마치 돈 쓰러 다니는 것처럼 오해를 받으나 이느 모르는 말이다. 수십, 수백만 원으로는 도저히 보상받을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남은 인생의 귀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외로 많이 보내어 세상을 두루 보게 해야 한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미국 메이저 리그에 속한 프로 야구팀이 있다. 그 팀이 사용하는 전용구장이 토론토 스카이돔구장이다. 그 스카이돔구장은 매우 비싼 돈으로 음식을 시켜 먹으면 관전할 수 있는 방도 있는 특급 호텔이 연결되어 있다. 벌써 오래전 그 스카이돔 호텔에 며칠을 묵었을 때, 호텔 로비천정이 그리고 그 외에도 토론토 중심가 여러 곳이 시멘트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런 분위기는 세계최고의 관광지인 나이야가라 폭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폭포속을 이동하는 통로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 -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 역시 시멘트블록 그대로였다.
아마 우리 같으면 그 세계적 명성에 맞게 굉장했을 것이다. 수년전 누한 중국 영사로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어떤 이가 중국은 실용주의적이어서 음식문화가 발달해 있고 한국은 형식적이어서 의복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며 두 나라의 좋은 점들을 서로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외국인의 눈에도 역시 우리는 형식문화에 강한 모습을 보인 모양이다. 정말 그렇다. 우라나라처럼 페인트를 많이 쓰는 나라가 또 있을까?
물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릴래야 가릴 수 없는 세련되고 화려하게 도장된 페인트의 내부에 머물러 있는 그대로의 내용물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 역시 한국적이다!-아름답게 채색이되어 있으면 좋겠으나 건축물이든 가전제품이든 어느 공산품이든 페인트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 엄존한다. 갑자기 내 영혼을 속사정을 들여다 본다.
오, 주여. 내 영혼이 드런난 것보다 결코 부실하지 않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