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5.

인생은 참 짧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5.06. 10:45:07 글쓴이IP: 211.190.151.85

어려서 한동안 애써 나이를 더 올려 대답한 적이 있었다. 어린 내게 시간은 참 느리게 진행했고 어서 빨리 나이가 들어 의젓한 청년이 되고 싶었다. 어쩜 하루 속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르겠고 더 크고 넓은 의식의 자유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겟다. 또 92세를 사신 조모님이 19세기 후반기에 출생하시고 이조 말, 일제 36년, 그리고 해방이후 6.25를 겪고서도 어린 나와 함께 같은 시대에 머물러 계시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그 세월이 길어 보였다. 교회를 개척한 직후 H대를 졸업하고 주특기를 살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30대초의 한 총각 사장이 곧잘 술에 취해 교회를 찾곤 했다. 그해 겨울, 성탄 무렵 만취가 된 그를 부축해 주었더니 '목사님, 올 해 몇 입니까?'하고 물었다.
아마 그이와 거의 10살 정도 차이가 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대답을 했더니 그가 취중에 파안대소 하며 "내가 그 나이라면 대통령도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의외의 무례한 방응에 뭔가 썰렁했지만 중요한 것은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나도 10년이란 세월만 있으면 대통령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베뢰아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그래랬다. 30대 중반이었을 그 때
'내가 대학생들을 지도하던 5,6년 전에만 복음을 알았어도.......'하는 생각에 통곡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시간마저 다 지나고 오늘이 되었다. 실로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어른들께 많이 들은 말이다. '마음은 청년 같은데.......' 심지어 나는 마음은 물론 몸도 운동량도 청년 같은데..... 벌써 외모가 아니다. 한번씩 들여다보는 사진들은 한 해가 어쩜 그렇게 다르다. 어머님을 곁에서 보아도 그렇다. 그가 불편한 다리로 육중한 몸을 끄는 것을 보며 곱고 예뻣던 지난 날의 우리 어머니를 떠올린다.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 때는 모든 것이 참 허망해 보인다.
오, 주여. 종을 불쌍히 여기소서.
빠르게 흐르는 세월을 붙들 수 없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