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7.

마지막 이사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4.08. 16:46:55 글쓴이IP: 211.191.150.167

주위 의사 친구들이 얼핏 들어 무슨 말인가 아리송한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서로 얘기를 하던 중'이제 마지막까지 먹고 살도록 장비를 한번 바꿔야겠다.'고 혼잣말처럼 하는 것이었다. 개인병원을 하는 개업의 중 최초 개업을 하면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하여 20년 가깝게 쓰다 다시 우리나이 50에 접어들면서 70까지라도 일을 계속한다고 가정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장비를 교체한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뜻밖의 스토리였다. 꼭 일주일간 밤낮 구분없이 정리에 매달려 거의 이사를 마쳤다. 운동은 당연히 못하고 세수도 않고 이틀을 두 번씩이나 지내고 신경이 곤두서 하루 두시간만 잔적도 며칠이나 되었다. 일주일은 꼬박 거의 쓰러질 정도가 되어서야 일과를 마쳤다. 그사이 주의 사람들도 덩달아 고생을 많이 했다.
먼저 나는 깨끗해야하고 가지런히 정리정돈이 되어야 하고 최대한 용도에 맞게 제자리에 불편하지 않도록 구비되어야하고 할 수만 있으면 보기에도 그럴 듯 하게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서둘러 일을 끝내야 한다. 아무래도 아내가 할 일이 많지만 집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목회자의 형편상 결국 내가 직접 결정해야 할일도 끊이지 않았다. 서둘러 정리를 끝내야 교회에 전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일을 하는 그 와중에 문즉 의사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아, 나도 이렇게 마지막 이사를 하고 있구나!' 아마 60대 초반 쯤 예정대로라면 한번 더 움직여 보았으면 하나 그때는 내 손으로 이삿짐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거나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 나도 결혼 후 개척을 하고서 계속 되었던 이사행열의 마지막에 올랐다. 지금 힘들게 들여놓은 것이 어쩌면 나와 최후를 같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잠시 살아온 것 같은데 마음껏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행동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생의 마감을 염두해 두다니 사람의 일생이 참 짧다는 생각을 무척 자주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