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6.

동물의 세계에는 영역이 있다.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3.03.03. 10:33:56 글쓴이IP: 61.248.225.100

벌써 한 해가 지난 이야기이다.
작년 이 무렵 한 애완견이 이따금 교회를 어슬렁거리더니 아예 한쪽에 자리를 틀 양 제법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버림을 받았는지 행색이 너무 형편없어 보여 당시 개를 좋아하기 시작하였던 나는 교회마당에서 키우고 싶은 생각도 있어 먹을 것을 주고 '김삿갓'이라고 이름을 지어 불러 가까이 다가오도록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이지 좀체 마음을 열지 않더니 며칠 째 공을 들인 결과 그래도 필링이 닿았는지 내가 이름을 부르면 슬그머니 가까이 접근하기를 시작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족의 개들끼리는 더 가깝게 지내리라 싶어 진돌이를 데리고 교회를 갔더니 분명히 방금 반가움을 보였던 개가 진돌이를 보는 순간 순식간에 거의 땅바닥에 배를 깔아 붙이듯 하여 달아나 버렸다. 이후는 다시 볼 수가 없었다.
'야, 신기하구나. 짐승들에게는 영역이 있구나!'
가히 충격적이리만큼 이후 다시 김삿갓은 보이질 않았다. 이는 밤시간 진돌이와 산책을 할 때도 잘 증명이 된다. 진돗개는 영락없이 사냥견인가 싶은게 진돌이는 산책을 하면 고양이나 쥐를 찾기에 정신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나보다 먼저 동작을 감지하고는 잡는다고 있는 힘을 다한다. 물론 도둑고양이가 손살같이 달아나는 것은 매번 보는 일이다. 진돌이의 지난 여름 노숙을 하던 강아지를 물어버린 것도 진돌이의 산책영역을 무단침입 한 것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던가 싶다. 나는 언제나 주변에서 비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하찮은 짐승도 본능적으로 넘을 수 없는 제 영역을 알건만 인생들은 초월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 마음대로 초월한다. 지위를 초월하고 관계를 초월한다. 이는 생각이든 행동이든 마찬가지이다. 자기 영역을 모르는 이들은 한평생 이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한다.
신학적으로는 이를 '영역 주권'이라 칭한다.
주여, 나로 내 영역을 바르게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