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19.

한 해를 마감하며

글쓴이: 이동훈 날짜: 2002.12.30. 10:33:20 글쓴이IP: 61.248.224.11

한 해를 뒤돌아본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시행착오와 실패, 좌절, 한계로 얼룩진 날들의 연속이었다.
희망이 없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꿈도 없지 아니하였으나 물거품이기 일쑤였고
노력을 해도 노력조차 별로 의미가 없었다.
이제껏 살아오며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한계를 직면하는 그 느낌이란
한 마디로 절망이었다.
그 무기력과 무능, 무절제, 분노와 폭발은 자신을 나무랄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도리어 본성에의 깨달음 혹 진정한 '나'의 발견 같은 경외심마저 불러 일으켰다.
이는 자신 내부의 일만도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끈끈한 미련도 이제는 고갈을 재촉하는 듯
허탈과 실망만이 남았다.
교인들은 유리그릇과 같아
'누구도 믿지 말라','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말라'
목회의 오랜 고전이 되어 은사들과 선배 목사님들로부터 여러 번
들었지만 유리잔이 깨어진 금이 내게는 보이질 않았다.
믿고 사랑하고 정을 주고받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아쉬움에 목을 걸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지쳤다.
차라리 혼자이고 싶을 때가 많다.
여태 살아오며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말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도록 악몽 같은 한 해였다."
굳이 유익이 없지 아니하였다면
이렇게 못난 자기를 본 적이 없었다는 자기발견 정도이다.
그때마다 지쳐 돌아보니 여태 지켜보고 계셨던 이가 있었다.
죄송해서 드리는 올 해 마지막 인사말은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이다.
그리고 마지막 주일
어디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우리는 새로운 나를 찾아
아니면 덮어쓴 그 속에 자신을 숨기기라도 할 듯
가면(persona)을 쓴다.